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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 로에스너 獨쾰른대 교수 “獨은 中企의 힘으로 위기 탈출”

"독일에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글로벌기업은 별로 없다. 독일이 실업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융위기를 빠르게 돌파할 수 있었던 건 강한 중소기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일 쾰른대학교의 한스 위르겐 로에스너 교수는 2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중소기업들이 '독일의 기적'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처럼 지난해부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로에스너 교수가 '기적'이라 말하는 건 금융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실업률이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됐다는 점이다.

그는 "독일 경제의 원동력인 중소기업들은 금융위기 때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춰 양질의 인력을 방출하지 않는 전략을 펼쳤다"면서 "산업 전반에서 임시고용으로 젊은 인력들이 멍들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이라고 소개했다.

로에스너 교수는 한국이 대기업에 집중하면서 학생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업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중소기업인데 젊은이들이 대기업에만 몰리니 앞으로 국가적인 성장 및 혁신이 정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에스너 교수는 "혁신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활발하다"면서 "미래 신기술·서비스와 '녹색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혁신적인 중소기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독일은 1989년 통일 이후 '탈제조화' '탈산업화'를 부르짖으며 에너지 및 각종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그 중심에서 혁신적인 중소기업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물론이다.

세계적인 금융업체를 보유한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때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와 달리 독일이 외부 충격에 강한 면모를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서비스 다각화 덕분이었다.

로에스너 교수는 "독일은 세계 협동조합의 '창시자'라 할 정도로 신용협동조합이 발달해 있다"면서 "금융위기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협동조합 형태의 은행들은 산업침체기에 금융자본의 유출을 막는 대신 중소기업에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로에스너 교수는 한국 기업들의 노사관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그는 "독일에서 자본과 노동은 '사회적 협력자 관계'로 유연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고용주와 노동조합 사이에 사회적으로 협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부족해 노사 간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걱정스러운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