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과 '체리피커' 간에 쫓고 쫓기는 신경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나 혜택만 챙기고 이용실적에는 도움이 안되는 고객들이 늘자 카드사에서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공하는 혜택 덕에 회원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개선에 보탬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마케팅 비용이 올라 카드사의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이 같은 체리피커 방지를 위해 카드사들이 사용요건을 까다롭게 만드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카드H'는 지난 2008년 당시 10만명의 회원 유치를 목표로 출시됐지만 지난달 말 기준으로 유효회원이 64만명에 달한다. 수익성 심의위원회에서 적정한 수익을 낼 것으로 시뮬레이션 후 출시했지만 약간의 오차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카드는 지난해 2월 할인매출건과 선불카드 충전액은 전월 실적에서 제외시키고 병원 할인도 한의원과 치과를 제외했다. 이어 11월에는 전월 실적조건을 30만원 이상 5% 할인·60만원 이상 10% 할인에서 20만∼50만원 3%, 50만∼100만원 5%, 100만원 이상 10%로 바꿨다.
연회비를 카드 상품별이 아닌 회원별로 부과하는 KB카드를 이용하면 한장의 카드의 기본연회비로 여러장의 카드를 엮을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체리피커는 이를 이용해 카드를 엮고 각 카드의 할인 및 적립 등 부가서비스 혜택을 모두 누려왔다. 이에 따라 KB카드는 기본 연회비가 아닌 상품 연회비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KB카드는 현재 Sweet카드, it Study 카드 등 일부 카드에 상품 연회비를 적용하고 있다.
농협의 마이원카드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영화관에서 다른 멤버십 할인카드와 중복 할인받을 수 있었지만 할인 요구실적이 전달 3개월에 30만원에서 지난해 9월부터 전월 20만원으로 강화됐다.
비씨카드 '탑 포인트' 충전시 결제한 사용 실적으로 캐시백이 되는 체크카드를 이용, '탑 포인트'를 돈으로 돌려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난 2008년 2월 탑 포인트 충전 카드 결제액은 사용 실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또 한명이 대표로 결제하면 결제 금액을 최대 20명에게 나눠서 청구하는 비씨카드의 '나누미서비스'를 악용하는 체리피커들 덕에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별로 수익성 관리를 하는데 혜택이 많은 카드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은 경우 목표 이익을 관리하는 가이드 라인에 맞추기 위해서는 손해를 보지 않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기자
■ 용어설명/ 체리피커=신포도는 먹지 않고 단맛 나는 체리만 골라 먹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카드사가 제공하는 부가서비스의 혜택만 골라 먹으면서 자신의 실속을 차리는 카드 이용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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