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 제조업체 일부가 생산중단에 들어가는 등 중소기업들의 납품단가 현실화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은 올랐지만 대기업에 납품하는 가격은 제자리 걸음이어서 손실을 감수하면서 생산하기보단 아예 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10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주물공업협동조합 산하 조선기자재 일부 회사들은 이날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특히 생산 중단 움직임이 타 업종으로 번질 경우 제품 공급 차질 등 산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생산을 중단키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원재료가격이 20∼25%가량 올랐지만 납품단가는 그대로여서 제조원가에서만 15%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납품단가를 상향 조정해 최소 3∼5%가량의 마진만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는데도 대기업들이 협상을 해주지 않아 부득이하게 가동을 멈추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주물이 돌을 녹여서 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쇠를 녹여 만드는 것인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을 이해할 수 없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이젠 담보여력도 없어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주물조합 산하 공작기계 일부 업체들도 지난주부터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물조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1월 당시 ㎏당 340원이었던 고철가격은 올해 1월 474원으로 올랐고 4월 말 현재는 562원을 기록하고 있다. 1년 6개월 남짓 기간에 60% 이상 급등한 것이다.
단조업계도 오는 19일 이사회에서 납품단가 문제에 관해 자유토론을 열고 향후 대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단조공업협동조합 박권태 전무는 “형식은 자유토론이지만 모든 가능성을 두고 대기업들에 원재료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을 호소할 것”이라며 “장사하는 사람에게 ‘손해보고 판다’는 말은 있을 수 없지만 지금은 이게 현실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회원사의 경우 내부적으로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에 따르면 단조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탄소강의 경우 지난해 9월 1일 당시 t당 91만원이던 것이 올 2월 초 103만원까지 오르더니 지난 1일엔 110만원가량으로 훌쩍 뛰었다.
통조림, 음료수, 부탄가스, 산업용 등의 캔을 만드는 제관업체들도 대기업들에 납품단가인상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업체들은 해당기업들로부터 답변을 듣고 이르면 이달 말께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제관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캔 제조에 가장 많이 쓰이는 석(주석)판 가격은 지난해 말 t당 121만9000원이던 것이 올 들어 3월, 5월에 걸쳐 두차례 인상된 뒤 현재 141만원가량에 형성돼 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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