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역에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단독 중계권을 가진 SBS 측과 북한 조선방송위원회 간 월드컵 경기 화면 북한지역 송출 논의가 지난 1월을 끝으로 잠정 중단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지난해 8월과 올해 1월 두차례에 걸쳐 중국 베이징에서 SBS 측과 북한 측이 실무접촉을 진행한 바 있다”면서 “현재 양측이 어떤 합의나 협의에 이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정부는 ‘월드컵 경기 화면을 북한에 제공하겠다’는 반출 승인 신청이 없었기 때문에 허용 또는 불허 방침을 정한 것은 없다”면서 “통상 대북 반출 승인과 마찬가지로 현재 남북관계 상황과 유관기관의 의견을 들어본 뒤 반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BS 측은 ‘북측에 월드컵 경기 화면 무상 제공은 없다’는 방침 아래 향후 월드컵 경기 화면 송출시 북한지역 내 현장스케치 등 방송 취재 및 제작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관계자는 “북측과의 협상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제공하는 대신 방송 취재, 제작과 관련해 향후 북측의 협조를 요청했고 북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 “현재 천안함 사고 등으로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6월초까지 중계권 제공과 관련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북한지역 월드컵 경기 화면 송출 여부는 방송 중계권을 갖고 있는 사업자가 일차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과거 월드컵 때와 달리 현재 (남북)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월드컵 화면의 북한지역 송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천안함 사고를 비롯해 금강산관광지역 내 남측 부동산의 몰수 및 동결 등으로 국내 대북 여론이 악화돼 있는 만큼 월드컵 화면의 북한지역 송출 문제를 대북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도 관측된다.
정부는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북한의 요청으로 결승전과 준결승전 화면만 북한지역에 송출했으며 위성사용료 등 실비 1억5000여만원을 남북교류협력기금, 방송발전기금 등에서 지원한 것외에 별도의 대가는 받지 않았다.
/jschoi@fnnews.com최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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