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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이 사감위장 “사행산업 매출 총량제 도입해야”

“로마가 망한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사교육, 또 하나는 도박.”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김성이 위원장의 사행산업에 대한 생각은 단호했다. 자칫 나라를 망칠 정도로 독성이 강한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한 규제 논리가 강조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상적으로만 대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많은 단체가 사행산업의 수익금으로 움직이는 등 긍정적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 사행산업이 필요악이라면 그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보완해야만 한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최근 김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아 사행산업을 다룰 방향에 대한 ‘현답’을 들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단단한 목소리로 자신의 견해를 힘있게 풀어냈다.

“홍콩의 사행산업은 ‘상업주의’입니다. 마카오는 ‘관광주의’, 싱가포르는 ‘실용주의’, 호주는 ‘의료주의’로 요약됩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지향해야 하는 사행산업의 방향은 호주 모델인 ‘의료주의’예요.” 각종 사행산업으로 인해 생기는 정신적 폐해를 최소화할 의료 지원장치를 만드는 게 사행산업이 해야 할 핵심과제라는 것.

그의 말에 따르면 1998년 4조원이었던 사행산업 매출은 2008년엔 16조원이 넘었다. 16조원은 국내총생산(GDP)의 0.67%에 해당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은 0.58%이고 매출의 2%가량을 예방비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여러 가지 예방비들을 다 합쳐도 0.2%가 안 된다.

“뉴질랜드는 인구 400만명을 위해 200억원을 예방사업에 씁니다. 한국의 인구 5000만명을 대입하면 2000억원은 예방비에 책정돼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한국의 예산은 현재 150억원 수준에 불과합니다. 뉴질랜드만도 못하죠. 그만큼 상담과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방치돼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그는 두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사행산업의 성장 속도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다른 한가지는 치료비 부담 부분을 사행사업자들이 전액 부담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은 “성장 속도를 낮추기 위해 사행산업 매출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전년도 매출량과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출 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지금은 예방비의 절반을 국가가, 나머지 절반은 사행산업자가 부담하고 있으나 사행산업자가 전부 부담토록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며 “아울러 현행 법은 합법적 사행산업만 사감위가 감독하게 돼 있지만 불법 사업자들 역시 사감위가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사행산업 가운데 합법 비중은 16조원, 불법 비중은 50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감독권한이 사감위에 주어지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사행산업 감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행산업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고 폐해에 대해서는 눈감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은 사행산업을 각종 기금의 조달처로만 확대해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요. 외국 자료에 따르면 도박자들은 조울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20배나 높고 도박중독자 2명 가운데 1명은 이혼을 하며 3명 중 1명은 배우자 학대, 5명 중 1명은 자살 시도를 합니다. 또 6명 중 1명은 범죄 경험이 있고 이 모든 부작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런 사회적 비용은 바깥에는 크게 비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바깥에 비쳐지는 건 세금이 2조원 걷혔고 기금이 1조3000억원 들어온다는 점 뿐이죠.”

오는 9월 10일 김 위원장의 임기는 끝이 난다. 불과 4개월 정도 남았다. 하지만 그는 법률개정, 사행산업 매출 총량제 도입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

■ 김위원장은..

김성이 위원장(64)은 사행산업의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누구보다 명확한 소신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재임기간 시행된 사행산업 기관 매출 총량제나 사행산업장에서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횟수와 이용금액을 제한토록 한 전자카드 도입은 1년여 위원장 재직 시절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여기에 부산과 경기 부천에 도박 중독 치유센터를 설립, 도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행산업의 부작용을 막은 것도 그의 업적이다.


이같은 김 위원장의 노력으로 주변에선 그를 '상임처럼 일하는 비상임 위원장'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김 위원장은 평안북도 출생으로 경기고, 서울대, 미국유타주립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3월에는 이명박 정부 초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으로 일했고 지난해 4월에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