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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팔아 버틴다” 급속히 늘어나는 노령 1인가구

#1.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모씨(73)는 독거노인이다. 지방에 아들이 있지만 15년 전 부인과 사별한 후 연락도 끊은 채 지금껏 혼자 살고 있다. 몇해 전부터 계속된 김씨의 고충은 생활고다. 수입이라고는 매월 받는 기초노령연금 9만원과 1주일에 서너번 정도 파지를 모아 버는 1만∼2만원이 전부다.

#2. 중견기업에 다니는 최모씨(31·여)는 주변에서 '골드미스'로 불린다. 3년 전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혼자 살지만 결혼은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유명 뮤지컬이 국내에 들어오면 티켓 값이 비싸도 반드시 챙겨 본다. 주말이면 단골 카페를 찾아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긴다. 재테크에 대한 지식도 전문가 못지않고 미래를 그리면서 삶을 즐기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가구 가운데 1인가구는 무려 20%를 넘어섰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혼자 사는 가구인 셈이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4.2%에서 1990년 9.0%로 2배 이상 증가한 데 이어 2005년에는 20%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20.2%를 기록했다.

1인가구 증가의 주요인은 혼자 사는 노년층과 자신만의 삶을 즐기기 위한 30대 미혼층이 늘고 있어서다.

이 중에서도 1인 고령가구의 증가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60세 이상 1인 고령가구는 1인가구의 46.9%로 절반 가까이나 차지했다. 빠르게 늘어나는 1인가구 숫자와 달리 이들의 소득 수준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1인가구화되는 숫자가 늘고 있어서다.

골드미스인 최모씨 같은 경우도 있지만 성남에 사는 김모씨와 같은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화려한 소수에 가린 다수의 빈곤층이 1인가구의 현주소인 셈이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와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 차이는 2006년 156만원에서 2009년에는 170만3000원으로 9% 이상 커졌다. 1인가구의 소득 수준이 전체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전체 가구와의 차이도 확대되며 빈곤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1인 고령가구는 경제적 빈곤층이 대부분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조사한 '사회조사보고서'에서 노인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묻는 질문에 절반 가까운 42.6%가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을 정도다.


하지만 1인가구 내에서도 고소득층 1인가구 비중은 증가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1인가구 중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이 넘는 가구의 비율은 2006년 5.94%에서 지난해에는 7.95%로 2.01%포인트 높아졌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1인가구 증가는 경제적·사회적 변화를 유발한다"며 "특히 독거노인들의 생활여건이 열악해지면 사회불안 요인이 증가하기 때문에 정책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hs@fnnews.com 신현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