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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첨단의료단지,‘선택과 집중’ 특화 분야 육성

【고베·오사카(일본)=이세경기자】 일본 효고현 고베시 앞바다에 건설된 인공섬 포트아일랜드. 390㏊(약 118만평)에 달하는 부지에 첨단의료센터(IBRI), 임상연구 정보센터(TRI) 등 10여개 빌딩이 빼곡했다. 의료단지 중심으로 고베공항까지 이어지는 지상열차가 지나갔다.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IBRI 뒤편에서는 2011년 문을 여는 신추오시민병원 건설이 한창이다.

오사카 바이오클러스터 내 의약기반연구소(NIBIO)는 총 인원 379명,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이곳은 오사카 기업과 대학, 지역 정부를 연계해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하는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9일 일본 고베 의료산업도시와 오사카 NIBIO를 방문했다.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설립을 앞두고 찾은 의료선진국 일본의 앞선 시스템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고베 의료산업도시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이 일어났다. 5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대재앙에 무너졌던 고베시는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산업단지 설립을 결정했다.

2000년 고베 정부는 의료산업도시 건설을 전담할 첨단의료진흥재단을 설립했고 2002년 IBRI가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IBRI는 연구병동과 진료병동으로 나뉘어 있다. 60병상을 갖춘 이 병원에서는 난치질환을 진료하기 위해 영상의학과 임상연구, 제대혈 이식과 세포치료 등 재생의학 분야에서 첨단의료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IBRI는 고베시립의료센터 주오시민병원, 고베임상연구정보센터와 연계해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지역 의료기관, 관련기업 등과 연계해 의료기기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또 민간기업을 비롯해 분자 이미징 과학연구센터인 이화학연구소와 연계해 재생의료, 이미징 기술을 특화하고 있다.

의료기기 연구개발, 의약품 임상 지원, 재생의료 등 3가지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IBRI의 연간 운영예산은 약 30억엔. 그중 20억엔을 정부에서 지원한다.

IBRI를 둘러본 충북 첨단의료복합단지기획단 강창식 행정주사는 “첨단의료시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신약후보물질 발굴 시 이를 병원과 연계해 임상실험을 바로 지원하는 것”이라며 “첨단의료복합단지 역시 신약후보물질이 바로 고품질 임상으로 연결돼 제품화에 성공할 수 있는 연계시설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단 조성지원팀 이창규 팀장은 “고베는 재생의료 등 특화된 분야를 갖고 있다. 한국 첨복단지 역시 신약과 의료기기 중 한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특히 특화한 IBRI 운영비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며 순수한 민간투자 유치만으로는 설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사카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오사카 바이오클러스터는 시작과 끝 지점이 모호하다. 오사카 북부 구릉지역 사이의 사이토 지역과 오사카 시내 제약기업 등 바이오와 관련산업의 집적지, 연구기관을 포함한 반경 20㎞ 지역을 가리킨다.

오사카 시내 도쇼우마치 근방에는 다케다 약품공업, 다나베 미쓰비시 제약, 시오노기 제약 등 300개 이상의 제약기업이 몰려 있다. 이 지역은 에도시대 한약재 유통이 집적돼 ‘약의 마을’로 불렸던 것이 기원이 돼 현재 일본 내 의약품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클러스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오사카대학이다. 오사카대학은 의료연구 분야에서 전 세계 5위권에 속한다. 3000여명의 우수한 연구원을 보유하고 면역학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나타낸다.

오사카 바이오클러스터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은 지난 2005년 설립된 NIBIO. 신약개발 지원에 특화한 독립 행정법인이다.

NIBIO는 기업과 대학·연구소에서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전체학, 단백체학 등의 기반기술을 연구해 필요한 곳에 지원한다.


또 일본 내 휴먼사이언스진흥재단(HS재단)과 연계해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유전자와 세포, 실험동물 등 생물자원을 개발하고 다양한 생물자원을 수집·보관해 연구현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연구자원은행 역할도 한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성과를 보급하는 연구개발 진흥사업도 실시 중이다.

오사카 NIBIO 나시무라 박사는 “바이오클러스터는 기업과 대학, 정부 등 산·학·관의 종합적인 전략이 중요하다”며 “오사카대학의 훌륭한 연구진과 클러스터에 모여 있는 제약, 바이오 기업, 지역정부 등 산·학·관의 협력을 끌어내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이 NIBIO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