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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관계 단절 목적, 성본변경 안돼”..법원

자녀가 양육권자이자 친권자인 자신을 떠나 이혼한 남편과 함께 생활하더라도 이들의 부자관계를 끊기 위해 자녀의 성(姓)을 바꿔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3단독 최정인 판사는 학업 문제로 아들과 갈등을 빚어온 B씨(41·여)가 아들의 성을 교육에 소홀한 전 남편 대신 자신의 성으로 바꿔달라며 낸 성본 변경허가 심판청구를 기각했다고 22일 밝혔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B씨는 지난 2003년 남편과 협의이혼한 뒤 양육자ㆍ친권자로서 A군을 키워왔다. 국제중학교에 입학하길 희망하는 B씨의 희망과 달리 A군은 전자게임에 몰두하며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 모자관계는 악화됐고 급기야 지난 1월 B씨에게 심한 체벌을 받게되자 집을 나가 아버지와 생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씨는 “전 남편이 평소 양육비도 지급하지 않다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을 부추겨 집을 나오게 한 후 학교도 제대로 보내지 않는 등 아버지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둘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아들을 성을 바꿔 달라고 청구했다.


재판부는 “아들 A군은 B씨 아래서 양육되길 거부하고 집을 나가 아버지와 지내고 있다”며 “B씨는 왜 아들과 심한 갈등을 겪게 됐는지, 아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등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은 채 가출 이유를 전 남편 탓으로만 돌리면서 부자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 성본변경을 신청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본 변경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에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전제 “B씨의 청구는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적 만족을 위한 것일 뿐 A군의 복리와 원만한 성장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녀의 성본 변경제도는 주로 재혼가정에서 자라는 자녀가 계부와 성이 달라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시행됐으며 지난해까지 총 3724건이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됐다.

/yjjoe@fnnews.com조윤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