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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민족주의..원유·철광석부터 식량까지 ‘무기화’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70년대 초 중동전쟁을 계기로 원유를 전략무기로 삼으면서 등장했던 자원 민족주의가 1980년대 약화됐다가 2000년 이후 다시 강화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자원수요가 감소하고 대표적인 자원 카르텔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간의 결속력이 약화된데다 자원 부국들에서 친미성향 정권이 확산되면서 자원 민족주의는 힘을 잃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이후 신흥 개도국의 자원수요 급증, 중남미의 사회주의 정권 등장, 이슬람권의 반미성향 등으로 자원 보유국들은 계약 파기를 통한 자원 국유화와 자원 수출 금지 및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자원 민족주의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최근 호주와 중국 등의 자원세 부과 움직임도 국익을 위해 자원을 전략 무기로 사용하는 자원 민족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소위 '신 자원 민족주의'는 전통적인 자원 민족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전통적인 자원민족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전에 강대국에 종속되어 있었던 약소국인 자원 부국들이 경제적 독립을 위해 자원을 무기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축적하기 위해 자원을 무기화한다는 점에서 그 목적을 달리하고 있다.

신 자원 민족주의는 자원의 종류에 따라 원유 자원민족주의, 원자재 자원민족주의, 곡물 자원민족주의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원유 자원민족주의는 남미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원유의 국유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러시아는 석유산업 국유화를 추진했고 2004년 아르헨티나는 국영에너지회사를 설립해 석유의 탐사 및 정제를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또 2006년 볼리비아는 외국 석유회사들의 석유 소유권을 180일 이내에 볼리비아 국영 석유회사에 이전하도록 했고 에콰도르는 석유회사들에 50%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가결했다.

특히 에콰도르는 외국 기업의 석유·천연가스 개발 참여를 허용하지만 소유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원자재 자원민족주의는 주로 철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철광석, 선철, 고철 등의 철강 원재료에 대해 가공무역 수출을 금지했고 철광석 고철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또 신장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 및 천연가스에 지난달 1일부터 5% 종가세를 적용하던 것을 다양한 원자재에 대해 기본 5%의 자본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자원세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브라질은 한국 포스코 등에 공급하는 철광석 가격을 2008년 4월부터 65% 인상했고 볼리비아는 공식적으로 원재료 상태의 광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곡물 자원민족주의는 곡물 시장의 초과 수요로 곡물 가격이 상승하자 식량을 전략적 무기로 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 식량 수출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같은 식량 소비대국들 역시 수출을 제한하는 등 식량에 대한 민족주의가 확산 추세다.

이처럼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될 경우 자원 빈곤국들의 경제적인 타격과 각국 간의 자원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거리다.

자원 빈곤국들의 경우 자원 부국들이 자원 공급을 통제하면서 자원 가격이 급등할 경우 수입비용이 크게 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된다. 또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내수를 위축시킬 수 있다.

또한 자원 확보를 위한 각국간의 경쟁을 심화시켜 자원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신 자원민족주의는 국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자원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한국은 자원 빈국에 속해 자원 자급률이 낮은 자원 빈국에 속한다. 이에 대한 국내 차원의 대비와 국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sjmary@fnnews.com서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