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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권력다툼 ‘진실게임’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금융권 인사 개입 등으로 촉발된 여권 내 권력투쟁을 주요 내용으로 한 영포(영일·포항 출신)회 게이트를 놓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과 이성헌 의원이 정면 충돌했다.

이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 당권 경쟁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정 의원이 연루된 권력암투설을 '애들 불장난'으로 치부, 정 의원에게 자성할 것을 충고하는 등 진실게임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을 권력투쟁으로 보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며 자신이 권력투쟁 대상으로 언급된 것에 대해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청와대와 정부 내 비선 조직 존재와 측근의 부당한 인사개입'이라고 강조한 뒤 "제가 무슨 권력이 있나. 당에서 저 홀로 외롭게 투쟁해 왔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는지 아는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 문제는 청와대에서도 본질을 파악하고 있고 이미 처벌 수순을 밟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지난 토요일 저에게 입장을 정리해 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고 이제 그 과정을 지켜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영포게이트의 진원지로 정 의원을 지목한 이성헌 의원을 향해선 "동료 의원으로서 너무나 큰 실수를 한 것 같다. 상식을 넘어설 정도로 너무 오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권력 내부의 추악한 암투로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해 온 두 세력 간의 파벌싸움'이라고 규정,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의원은 "두 세력(정두언·박영준)은 자기네끼리 패를 나눠 싸우며 정부 인사 때마다 자기 사람을 밀고 당기고 하며 권력을 누려 왔다"며 "심지어 차기 대통령을 누구로 밀자는 등 오만방자한 생각들까지 해 왔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의 팽팽한 설전 속에 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은 영포게이트에 휩싸인 정두언 의원을 몰아붙였다.
정 의원이 핵심 실세는 아니지만 이상득(SD) 전 국회 부의장의 측근인 박영준 국무차장에게서 '작은 권력'을 잃자 저항에 나섰다는 것. 특히 SD 계열인 김대식 후보의 전대 출마가 이번 갈등의 '도화선'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조직 양대 축이 정 의원과 박 차장이었고 정권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당시 만사정통(모든 것은 정두언으로 통한다)이란 말처럼 정 의원이 힘을 발휘했다"며 "그러다 인수위의 견제로 힘의 축이 박 차장에게 넘어가자 작은 권력을 상실한 데 대해 (정 의원이) 저항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을 정점에 두고 작은 권력을 서로 누리겠다고 투쟁하고 있는 것이 이번 영포게이트의 본질"이라며 "문제 되는 두 당사자는 자중하며 스스로 뒤를 돌아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hjkim01@fnnews.com김학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