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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포커스] 박종구 아주대 총장직무대행에게 듣는다

■“교수가 경쟁할수록 대학은 발전하게 돼있죠”

"아주대가 융합학문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2013년까지 국내 대학 '톱 10'에 재진입하고 아시아 50대 대학(2014∼2018년)과 세계 100대 대학(2019∼2023년)으로 도약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명문 사립대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을 거쳐 지난해 친정으로 복귀한 아주대 박종구 총장직무대행(52)은 아주대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발로 뛰고 소통하는 총장'으로 불리는 그는 취임 100일 동안 교수 강의 평가 전면 공개, 교원 능력별 연봉제 시행 등 교수의 경쟁력 제고를 통한 명문대로의 도약을 위해 아주대 개혁을 숨가쁘게 추진해 왔다.

그는 "초단위로 변화하는 우리 시대에 5년 후를 내다본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3년이라는 현실적 시간을 설정하고 뜬구름 잡는 식이 아닌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대학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가 추진하는 대학 개혁은 △교육과 연구의 질 향상 △학생 만족도의 극대화 △행정의 효율화에 집중돼 있다.

먼저 그는 교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강의평가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대학간 상대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교원 능력별 연봉제 도입, 그리고 우수 연구그룹을 육성하기로 했다. 강의평가 결과 전면 공개는 결국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고 다양한 교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수들의 연구실적이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므로 개개인의 연구실적을 반영한 능력별 연봉제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의 각 대학 연구실적을 근거로 전공별 국내 상위 20위권 대학을 선정하고 아주대 해당 교수의 실적과 비교해 능력별 연봉기준을 책정하도록 했습니다."

우수 연구그룹을 육성하는 일도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이다. 특히 융합학문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대학이라는 '2023 아주대 비전'에 따라 아주대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융합학문 분야에서 연구그룹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우수 연구그룹으로 선정되면 연간 수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예컨대 금융공학의 경우 지난 2009년 세계 수준 연구중심 대학(WCU)에 선정돼 5년간 80억원의 국고를 지원받도록 돼 있다.

교수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학생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박 총장대행은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해야 명문대가 될 수 있고 취업 경쟁력도 올라갑니다. 영어 교육의 강도를 높이고 영어배치고사를 치른 뒤 하위 10%에 대해서는 교양영어 보습교육을 실시하고 2012년까지 영어강의를 22%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고 말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아주대는 서강대와 함께 가장 학점이 짠 학교로 꼽힌다. 그만큼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한다는 얘기다. 각 대학들이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학점을 부풀리다보니 이것이 오히려 학생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박 총장대행은 학생들에게 강도높은 공부를 주문하면서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민자기숙사를 조성한다는 당근을 내놓았다. 기존 2200명 수용 기숙사에다가 1단계로 1000명 규모의 민자기숙사를 2012년까지 조성하고 궁극적으로는 3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새 기숙사를 조성, 기숙사 입사(入舍)를 원하는 모든 학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수와 학생을 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그는 마지막으로 직원 경쟁력을 높이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인사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본부 행정 조직을 직무중심 행정체계로 재편하는 한편, 효율적인 행정과 지원시스템을 갖추도록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호암 이병철 삼성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경영철학에 대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한 것도, 그리고 이달 중순 직원 연수교육에서 행정혁신에 대해 직접 강의에 나선 것도 직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대학의 구성원인 교수·학생·교직원의 경쟁력이 생각대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아주대가 갖고 있는 콘텐츠와 위상을 제대로 알리는 작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아주대는 최근 수년간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에 이어 올해 약학대학 인가를 받음으로써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습니다. 그러나 아주대가 갖고 있는 콘텐츠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발로 뛰며 아주대의 브랜드 가치를 알릴 생각입니다."

박 총장대행은 신설 약학대학을 임상약학 중심의 명품 약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통적으로 이공계가 강한 아주대의 특성을 살려 인접 유관학문과 연계하고 다른 대학의 약대와 차별화되는 '신약개발중개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기초연구기관과 임상연구기관 사이를 이어주며 신약개발연구를 진행할 신약개발중개연구센터의 설립 소식이 알려지자 벌써 대형 제약회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아주대와 인접한 광교·판교테크노밸리와 공동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다수의 생명과학, 바이오, 제약회사들이 산업단지로 유입될 예정이어서 신약과 의료기기 분야의 연구개발 역량을 보유한 광교·판교테크노밸리와 아주대의 약학대학 임상분야의 결합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입니다. 무엇보다 향후 대형 제약회사와 연구기관들이 밀접한 지역에서 산학협력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책임감·비전·추진력 3대 요소를 대학총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는 그는 교수와 학생과의 소통을 넘어 부산·광주·대전·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교육책임자와 소통에 나서고 있다. 고교 교장과 입학담당자를 현장에서 직접 만나 입시설명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대학의 화두로 떠올랐지만 시류에 편승하기보다는 아주대의 역량에 걸맞은 입학사정관 전형(2011학년도 19% 선발 예정)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위해 자체 개발한 면접 평가도구인 'ACE(Ajou Competency-based Exercise)'와 러프다이아몬드 전형, 아주리더십 전형, 커리어로드맵 전형 등 3종류의 전형을 통해 특정 스펙에 치우친 학생보다는 폭넓은 기준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검증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학생선발 못지 않게 입학생 사후관리에 주력,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각 학생에 맞는 프로그램을 연결해주거나 학문적 동기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아주대는 전통적으로 공대가 강하고 정보통신대학, 의학대학 등도 상대 우위의 핵심역량으로 평가받는 부분입니다. 이 핵심역량에 선택과 집중을 함으로써 '강소대학'을 만들 것입니다. 대학의 재원을 경쟁력 있는 부분에 중점 배분하는 '선(先) 집중-후(後) 확산' 전략입니다."

이처럼 박 총장 대행이 취임한 이후 아주대는 기업식 경영기법이 도입되면서 하나둘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피드 경영'이 학교 행정을 바꾸어 놓았다. 이에 따라 교내 회의에서 제기된 문제들은 만 24시간 안에 전 직원이 현황과 해결방안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덧붙여 '신상필법'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성균관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덕분으로 경제학을 선택한 이후에도 늘 역사에 관심이 많은 그는 빠른 결단력으로 학교의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틈틈이 미래의 변화를 읽어내는 데 필요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은 일제 암흑기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낸 '간송 전형필' 평전을 읽으며 위기에 굴하지 않고 가치를 만들어나간 간송의 삶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박종구 총장 직무대행은…

1987년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1998년까지 학교에 머물면서 기획처장, 홍보실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으며 1998년 기획예산처 정부개혁실 공공관리단장으로 자리를 옮겨 관료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현 정부 출범 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초대 제2차관을 지냈으며 현재 아주대 총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박인천 금호그룹 전 회장의 5남으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동생이기도 하다.

/noja@fnnews.com노정용기자·사진=박범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