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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아침] 집권 후반기 MB ‘순장조’는 어디에

이명박 정부가 집권 전반기를 뒤로 하고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입성한 상당수 수석 및 비서관, 행정관들도 바뀌었다. 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할 것이라던 이른바 ‘청와대 순장 3인방’인 박형준, 이동관, 박재완 수석 등도 청와대를 떠났다.

사람이 바뀌면 분위기도 바뀌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 7월 청와대 3기 참모진이 꾸려지면서 청와대 역시 내부적으로 ‘소통’이 강조되면서 형식적인 회의는 사라지고 날선 공방이 오고갈 정도로 회의가 활기를 띄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8·8 개각, 8·15광복절, 청문회, 김정일 방중 등 각종 이슈가 끊이질 않고 있지만 얼마나 잘 대처했느냐는 뒤로 하더라도 당황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청와대 출입 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도 많이 변했다. 춘추관장도 현 박정하 관장이 역대 4번째 관장이다. 출입 기자들도 들고 남이 빈번해 정권 출범과 함께 출입을 시작했던 기자들은 이제 손에 꼽을 정도다.

정권 출범부터 출입했던 기자 중 한명으로서 그동안 적잖은 청와대 사람들을 만났다. 정이 든 사람 중에는 고생하는 청와대를 떠나 좋은 자리로 간 사람도 있고 아직 청와대에 남아 여전히 별보기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청와대 3기 참모진이 출범했으니 악수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어 보는 일보다 명함 교환하며 통성명할 일이 더 많을 듯하다.

집권 전반기 청와대 참모들을 만나면서 체득한 노하우가 하나 있다면 ‘이명박 정부를 위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일을 하는 것인지’ 어렴풋 구별이 간다는 것.

돌발 악재가 터졌을 때 전자의 경우 말을 아낀 채 노심초사하는 표정이 감춰지지 않는다. 전화로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묻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다. 하지만 후자는 쌓인 육체적 피로에 낯빛은 좋지 않지만 목소리에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한발 더 나가 다른 수석실 또는 비서관실 소관 사안이라면 그런 일 조차 있었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청와대 입성의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최근 만난, 전자에 가까운 청와대 한 행정관의 말이 머리에 떠나지 않는다.

이 행정관은 “청와대 3기 참모진이 구성돼 청와대 내부에 ‘활기’가 띄는 것은 사실이지만 ‘긴장감’은 예전보다 훨씬 못한 것 같다”면서 “지난 25일로 집권 반환점을 돌았다고 하니 이제부터 진짜 집권 후반기가 시작되는 걸로 착각 아닌 착각을 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이 있는 2012년은 모든 관심이 대선에 쏠려 손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큰 선거가 없는 2012년 초까지가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으로 축구 경기로 치면 지금은 후반전 시작이 아니라 후반전 20분이 지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긴장감은 예전만 못하다는 그의 넋두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들은 점차 청와대를 떠나고 선한 얼굴을 한 공직자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벌써 옛날 얘기지만 대선이 한창이던 2007년 가을, 연일 이어지는 기자들과의 술자리로 인해 자정 넘어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 내려 그날 먹을 술을 고스란히 토하며 너무 힘들어 “꺼이꺼이 울었다”는 한 대선 캠프 참모는 청와대에 입성, 다행히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집권 후반기가 막 시작되는 이때, 진정한 MB ‘순장조’가 될 이런 참모들이 언제까지 청와대에 붙어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courage@fnnews.com 전용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