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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 인공위성도 방패가 필요해

2010년 8월. 중국의 인공위성 2개가 600㎞ 상공에서 만났다. 인공위성 ‘SJ-12’가 인공위성 ‘SJ-06F’의 궤도에 접근해 ‘랑데부’(2개의 우주선이 같은 궤도로 우주공간에서 만나 서로 나란히 비행하는 것)를 시도한 것이다.

몇몇 과학자들은 중국이 2011년 ‘톈궁 1호’ 발사를 앞두고 우주정거장 모듈 도킹을 위해 실험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이를 다른 위성체에 대한 ‘공격 연습’일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인공위성은 작은 접촉만으로도 손상되거나 궤도에서 이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우주를 향해 날아간 인공위성이 제 궤도를 찾아야 ‘발사 성공’이라고 말한다. 인공위성이 정해진 궤도에 안착해야만 통신이나 기상관측, 군사적 활동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 자리를 찾은 인공위성이라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 앞의 사례처럼 외부에서 공격을 받거나 우주 환경에 영향을 받아 손상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은 작은 접촉만으로도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고 일부가 손상되면 영원히 우주 미아가 될 수 있는 첨단장비다. 따라서 외부 공격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인공위성이 의도된 공격을 받는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생긴 인공위성을 처리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첫 번째 사례에서 본 것처럼 이미 궤도에 올라 있는 인공위성과 접촉을 시도하는 방법은 물론 지상에서 위성을 요격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과 미국은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문제가 생긴 인공위성을 파괴하기도 했다. 또 문제가 생겨 다른 인공위성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인공위성에 레이저를 쏴 전자 장비에 손상을 주어 피해를 줄이는 기술도 개발됐다.

인공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 중에 하나로 ‘태양폭풍’도 꼽을 수 있다. 태양 표면의 폭발 활동은 11년 주기로 활발해졌다가 조용해지기를 반복한다. 또 22년마다 태양의 전자기적 에너지가 최고조에 오르는데 2013년에는 2가지 주기가 겹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태양폭풍이 발생하면 열과 전자, 양성자 같은 고에너지 입자가 우주공간으로 튀어 나온다. 이들이 지구 자기권과 부딪히게 되면 태양풍과 자기권이 간선을 일으켜 지구에 전자기 폭풍을 불러온다. 이는 지구 전력시스템에 큰 영향을 주고 인공위성과 항공, 통신, 은행시스템을 마비시킬 정도로 큰 피해를 끼친다. 이중 태양폭발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인공위성이다. 상층 대기권의 밀도가 변해 인공위성이 제 고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고 내부 반도체 회로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태양 활동를 꼼꼼히 살피고 있으며 태양 폭풍을 대비한 기술도 마련하고 있다. 태양전지판의 일부를 회전시킨다거나 자체 추진장치를 이용해 인공위성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하지만 수명이 짧은 위성에는 이런 기술들이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경우는 전국적인 레이더 감시망을 이용해 하늘 전 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지상에서 레이더 공격이 있거나 전파교란 공격이 있을 경우 이를 파악하고 위치를 알려주는 ‘자기인식·우주상황인식(SASSA)’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다.

오늘날 우주환경 변화와 소행성, 각종 우주 파편처럼 이전부터 인공위성을 위협하던 요소들에 더해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기술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인공위성은 무사히 궤도에 올라 지상과 교신하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앞으로 만들어진 인공위성들은 자기를 방어할 능력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외부의 공격을 인식하고 궤도까지도 수정할 수 있는 똑똑한 인공위성을 기대해보자.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자료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카리스쿨(www.karischool.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