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스타벅스만이 가진 커피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람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에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가 추가됐다. 공정무역 커피란 저개발국 커피 생산자들에게 자유무역 거래가의 3∼4배 가격을 지불해 생산자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커피 원두 거래방법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2002년부터 국제공정무역상표 기구(FLO)와 협정을 맺고 공정무역 인증 커피 판매를 시작했다. 이른바 ‘착한 커피’를 팔기 시작한 스타벅스는 매출 증가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공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됐다.
#2. 대표적인 스포츠 용품 관련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는 지난 1996년 주가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이유는 나이키가 파키스탄 어린이를 고용해 축구공을 꿰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혹독한 경험을 한 나이키는 이후 본사는 물론이고 협력사들까지 일정 수준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주요 20개국(G20) 비즈니스 서밋 의제에 포함됐다. 이는 기업의 최고 목표가 이윤 창출에 있다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스타벅스와 나이키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대는 기업에 CSR 경영을 요구하며 이른바 ‘착한 기업’이 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방향성이 이윤 창출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변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인 CSR
CSR에 대한 논의는 이미 1950년대부터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까지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CSR에 대한 개념이 보편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주제로 한 논의와 연구가 본격화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난 2007년 이후 CSR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승자독식, 신자유주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등이 지목되면서 CSR 경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CSR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른바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등장, 기업들에 CSR 경영을 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적 책임 경영 컨설팅업체인 콘로퍼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격이 같다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는 응답이 1993년 66%에서 2004년 86%로 20%포인트 늘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200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품질이 같다면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더 비싼 값으로도 살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88.7%를 차지했다.
■CSR에 대한 국제표준 작업 진행
국제표준화기구(ISO)는 CSR에 대한 국제 기준이 될 ‘ISO26000’을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ISO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회의를 열고 CSR에 관한 국제표준을 담은 ISO26000을 확정했다. 지난 2004년 9월 CSR에 대한 국제표준 개발을 목표로 조직된 실무그룹이 연구를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ISO26000의 주된 내용인 기업이 CSR 활동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핵심 주제를 정해 놓고 있다. 핵심 주제는 환경·인권·노동·지배구조·공정한 업무관행·소비자 이슈·지역사회 참여 등 7가지다.
ISO26000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하는 영리·비영리 조직들에는 좋은 안내서로 활용되겠지만 기업들에는 일종의 ‘장벽’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비록 인증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사회적 책임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책임 수준을 설정한 선진국과 선진기업들이 ISO26000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분발이 필요한 국내 CSR
국내에서 CSR 관련 연구와 기업들의 활동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국내 기업의 대표적인 CSR 활동으로는 유한킴벌리가 진행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지난 1984년 유한킴벌리가 시작한 국내의 대표적 환경보호·CSR 캠페인이다. 유한킴벌리는 이 캠페인을 통해 지난 27년간 국내외에서 공익 목적으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어 왔으며 △학교 숲 만들기 △청소년 자연체험교육 △동북아 사막화 방지 활동 등으로 범위를 확대 중이다.
유한킴벌리 등 일부 국내 기업들은 CSR에 나서며 ISO26000에 대비하고 있지만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하면 준비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실시한 국내 기업들의 ISO26000 준비 수준 조사에 따르면 ‘완전한 대응전략을 갖추고 있다’는 기업은 4.9%에 그쳤다. ‘어느 정도 대응책을 갖추고 있다’는 기업(36.1%)까지 포함해 국내 기업들 중 ISO26000에 대비하고 있는 기업은 41% 수준이다.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타 기업의 동향만 파악(36.1%)하고 있거나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청년실업, 아프리카의 건강문제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인 의제가 다뤄지는 이번 G20 비즈니스 서밋을 ISO26000 대응을 위한 CSR 정책 마련에 활용해야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영호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조직위원장(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역할을 연결시키는 확장적 인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oddy@fnnews.com예병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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