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월드컵'으로 불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공적 평가 속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G20 정상회의를 활용해 자사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마케팅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생색내기 마케팅'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유통 기업들이 국격을 드높이는 데 일조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이나 이에 대한 홍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반면 식음료 업계는 이번 G20 정상회의에 자사 제품을 후원하거나 국빈 유치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했다.
실제 지난 11∼12일 아시아 최초로 열린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유통업체들은 G20 마케팅을 전개했다. 백화점 업계는 G20 의전차량이나 각국의 핸드백을 경품으로 내걸거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의 판촉전을 통해 자사 매출 띄우기에만 부심했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 온라인몰 등도 G20 국가들의 대표 상품을 뽑아 대규모 할인행사를 벌였다.
이들 유통업체들은 하나같이 'G20 성공 기원'을 명분으로 내세워 판촉행사를 진행했지만 사실상 G20과는 연관성을 찾을 수가 없는 것들이다.
이 중 홈쇼핑업계는 G20 이슈와는 아예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15일 "국가적인 경사인 G20 정상회의는 홈쇼핑 입장과는 솔직히 무관한 행사였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은 지상파 채널을 돌리면서 얻게 되는 '재핑(Zapping) 효과'를 노린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는 시청률이 낮은 평일 낮시간대 열렸다"며 "이런 이유로 G20 정상회의에 주력하지 못했다"고 에둘러 말했다.
한 백화점 직원은 "G20 정상회의 때 외국인 고객들이 더 느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백화점이 홍보나 지원에 나설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나마 유통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중에서는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이 정상회의 직전 열린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 관련 세션에 참가한 것이 위안거리다.
이에 대해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글로벌 전략을 내세우는 유통 기업들이 지역 비즈니스라는 업태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이 브랜드 가치를 널리 알릴 (G20 정상회의) 좋은 기회를 놓친 점이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롯데나 신세계 등이 해외 진출 국가들의 언론이나 기업들을 초청해 투어를 하거나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쇼핑과 G20 정상회의를 묶는 스토리텔링 홍보 등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기회를 통해 자사 브랜드를 세계 만방에 알린 업체들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영부인들의 선물로 채택됐으며 모나미는 각국 정상들과 관계자들에게 자사 필기구를 제공해 국내 브랜드의 우수성을 알렸다. 서울지역 호텔들도 각국 정상들과 글로벌 기업가 등을 유치해 한국 호텔의 품격과 서비스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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