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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계 에너지 효율 도깨비에 물어봐?

140여년 전에 고안된(?) 작은 ‘도깨비’가 미래 나노기계들의 한계를 알려줄 수 있을 지 모른다.

1867년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이 제안한 사고실험(머리 속으로만 시행한 이론적 실험)은 다음과 같다.

만일 동일한 입자로 구성된 두 상자 가운데 ‘문’을 두고 빠른 입자를 한쪽 상자로, 느린 입자를 반대쪽 상자로 이동하도록 문만 여닫는 ‘도깨비’가 있을 경우, 궁극적으로 두 상자는 입자 구성이 달라져 열(에너지)이 다른 상태가 된다. 이 경우 도깨비는 매우 적은 양의 일(문 여닫기)만 하므로 결론적으론 적은 에너지로 오히려 큰 에너지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고립된 시스템 내에선 언제나 엔트로피(무질서)가 더 증가하게 된다’는 열역학 제2법칙을 어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것을 ‘맥스웰의 도깨비’라고 부른다.

물론 이 가설은 틀리다고 증명됐다. 도깨비가 이런 일을 하려면 입자들의 성분 정보를 ‘관측’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에너지가 소비되며 이것이 궁극적으로 열역학 제2법칙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40년 넘게 지나도록 ‘맥스웰의 도깨비’를 모델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다. ‘극미세 공간에서 미세입자로 에너지를 낼 경우 한계비율을 어디까지로 잡아야 하나’는 많은 물리학자의 궁금증이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융합소자센터 이정훈 선임연구원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등의 경우 점점 미세한 수준에서의 열 발생에 대한 효율 등의 한계를 밝히는 것이 미래 디자인에 중요하기 때문에 인텔 등의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일본 주오대학 무네유키 에이로 교수와 도쿄대학 사노 마사키 교수 연구팀은 맥스웰의 도깨비 모델을 통해 이러한 ‘정보’가 ‘에너지’로 변환되는 비율을 밝히는데 성공했다.

나노수준의 ‘계단’을 전기장을 이용해 만든 뒤 이리저리 떠다니는 미세입자들이 계단 아래로 내려갈 때만 전기장으로 이를 막자 결국 대부분의 입자가 계단 위쪽에 머물게 돼 아래로 내려가려는 ‘위치에너지’를 갖게 됐다.

입자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는 ‘정보’를 관측해 막는 기기와 판단하는 컴퓨터를 ‘도깨비’로 삼은 셈이다. 따라서 ‘정보’가 ‘에너지’로 변환되는 비율을 알 수 있었으며 이것이 1비트의 정보 당 약 3×10의 마이너스 21제곱 줄(joules)이라고 밝혀냈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저널 14일자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이는 나노기계의 한계효율에 대해 알려주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거시적인 세계에서도 하드디스크에 정보를 삭제하거나 더할 때 전력이라는 에너지가 들 듯이 나노 수준의 미세한 세계에서 정보와 에너지는 밀접한 관계”라며 “이를 더욱 연구하면 초고성능 나노컴퓨터 등의 에너지효율을 어디까지 향상시키는 것이 효율적인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사진설명=작은 도깨비가 왼쪽 상자에서 빠른 빨간입자만 오른쪽 상자로 이동하도록 문을 열어준다면 결국 두 상자는 에너지 차이로 열역학 제2법칙을 어길 수 있다는 '맥스웰의 도깨비' 사고실험. 이를 모델로 실제 실험은 미래 나노기계들의 에너지 효율을 밝혀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