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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79도 화성서 지구 미생물 생존?

화성에서도 최소 11만년에서 100만년가량 생존할 수 있는 지구 미생물들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최근 해외과학자들에 의해 제기됐다. 아울러 수십 년 이내 이러한 미생물들이 미래 화성의 테라포밍(타 행성을 지구환경처럼 바꾸는 행성개조계획)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방사선에도 걱정없는 지구 미생물들

화성 중위도 부근의 평균 기온은 영하 79도다. 이는 겨울철 남극의 평균 기온인 -58도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한 지구와 달리 자기장 보호막이 없어 태양 및 우주에서 날아오는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악조건에도 멀쩡하게 생존하는 지구 미생물들이 버젓이 존재한다.

영국 런던대학 루이스 다트넬 박사 연구팀은 이 온도에서 미생물 ‘데이노코쿠스 라디오듀란스(Deinococcus radiodurans)에게 우주방사선인 감마선을 쬐는 실험을 했다. 놀랍게도 이 미생물은 인간 치사량의 500배에 달하는 방사선에 노출돼도 생존한다고 밝혀졌다. 연구팀의 최근 발표를 보면 데이노코쿠스는 화성 지표면 30㎝ 지하에서 120만년 정도 버틸 수 있다.

또 다른 미생물인 브레분디모나스는 지하도 아닌 화성 표면에 뿌려질 경우에도 약 11만7000년이 지나도록 생존할 것이라고 밝혀지기도 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캐시 콘리 박사는 “지구 미생물 중에 태양계 다른 곳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NASA는 앞으로 태양계 기타 행성을 탐험할 경우에 대비한 멸균작업을 강화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른 행성을 지구 미생물로 ‘오염’시킬 경우 토착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생물로 타행성에 지구환경 만들기 ‘첫걸음’

타행성 오염효과를 반대로 이용하면 강인한 미생물을 이용해 화성 등을 테라포밍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천문연구원 우주물체감시그룹 최영준 선임연구원은 “화성 지표면 아래서 미생물을 키울 경우 우주방사선의 피해가 약해진다”며 “또한 화성은 지구보다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내성이 강한 미생물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구상에서도 저산소환경, 화산분출지대, 극지방 등에서 활발히 생존하는 미생물은 많기 때문에 오히려 기온이나 대기성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최 연구원은 “그보다는 화성 토양에 미생물이 이용할 유기물(식량)이 풍부한지가 더 관건”이라고 말했다.


화성 생존에 적합하면서도 테라포밍에 유익한 유전자조작 미생물을 개발한다면 화성 정착은 더 수월해진다. 이를테면 화성 토양을 식량으로 삼으면서 산소와 퇴비용 질소화합물을 배출하는 미생물을 제한된 공간에서 키울 경우 이곳에 다른 고등생물을 단계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수십 년 이내 미생물로 환경을 만든 뒤 식물, 고등동물 등을 서서히 도입할 경우 적어도 차단된 돔 형태 식민지 등에선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