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현대증권이 하이닉스측의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한 각서는 전체 손해를 보전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박경호 부장판사)는 17일 ㈜하이닉스반도체가 "아무런 손해를 입히지 않고 현대투신 주식을 매매해 주겠다는 약정을 어기고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현대증권을 상대로 낸 2000억원대의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증권이 주식매매계약의 당사자 선정, 내용 고안 및 절차 등의 업무를 실무상 주도적으로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현대그룹이 투자신탁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하이닉스가 현대중공업에 부담할 손해 등을 포함해 주식 인수에 관한 전체 손해를 현대증권이 보전하겠다는 취지의 확약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1997년 하이닉스가 현대투신 주식을 담보로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계약을 CIBC와 체결, 사실상 지급보증을 했다. 이에 하이닉스와 현대증권은 이 계약이 현대중공업에 부담되지 않도록 연대 책임을 지겠다고 각서를 썼다.
CIBC는 이후 현대투신 주식가치가 하락하자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통지했고 현대중공업은 만기가 도래한 2000년 CIBC로부터 주식을 재매입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지급보증 당시 썼던 각서를 근거로 하이닉스와 현대증권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고 서울고법은 "두 회사 등이 연대해 162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하이닉스는 "현대증권이 주식매각과 관련한 모든 손해를 떠안겠다며 2차각서를 써줬다"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날 같은 재판부는 현대증권이 하이닉스를 상대로 991억원대의 구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했다.
/art_dawn@fnnews.com손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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