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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4대 보험 징수통합] (③·끝) 정착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

▲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 징수업무가 성공하기 위해선 복합민원 처리, 징수율 등 시행 경과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왼쪽부터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 정형선 연세대 교수, 한문덕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 징수통합 실무추진단 단장, 류호영 보건복지부 사회보험 징수통합 추진기획단 국장. /사진=서동일기자
(사회=김승중 생활과학부장)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이 2011년 첫걸음을 내디딘다. 사회보험 개혁의 잣대가 될 4대 사회보험 통합고지서는 징수업무 창구 일원화로 고객의 편의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건비, 고지서 발송비용 등 행정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징수업무의 효율성도 높아지게 된다. 문제는 도입 초기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일이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2일 서울 공덕동 롯데시티호텔에서 '사회보험 발전을 위한 4대 보험 징수통합'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류호영 보건복지부 사회보험 징수통합 추진기획단 국장, 한문덕 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 징수통합 실무추진단 단장, 정형선 연세대 교수,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 본부장,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통합 징수로 효율화한 재정과 인력을 다른 사회복지 서비스에 투입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복합민원 처리, 기업의 임금체계에 따른 보험료 부담, 징수율 등 시행 경과를 면밀히 관찰해 탄력적으로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사회보험 징수통합의 정책적 의미는.

▲류호영 국장(이하 류호영)=우리나라 4대 사회보험은 1964년 산업재해보상보험, 1977년 국민건강보험, 1988년 국민연금, 1995년 고용보험순으로 도입됐다. 개별 보험제도가 각자 역사를 가지고 따로 발전하다 보니 관리 주체가 서로 달라 행정적 낭비요인이 있었다. 내년부터 징수업무가 통합되면 보험료를 내기 위해 3개 공단을 상대하던 국민의 불편이 해소되고 기업들의 보험사무 경비도 줄어들 것이다.

▲한문덕 단장(이하 한문덕)=4대 사회보험 고지서가 통합되면 △징수사업비 412억원 절감 △징수인력 521명(17%) 효율화 △보험료 납부 편의 제고 등 직·간접적 효과가 예상된다. 이를 위해 도입 초기 혼란을 조기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통합징수 차질없이 진행되기 위해선 제도 내용을 국민에게 잘 알려야 할 텐데.

▲한문덕=안내문, TV, 라디오, 지하철, 옥외전광판, 극장광고 등 다양한 수단으로 집중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각 언론매체는 물론 각 공단 홈페이지에도 제도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사회보험 징수통합은 단순히 고지서만 합치는 것이 아니라 고지, 수납, 체납 업무를 일원화해 더 나은 사회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류호영=처음에는 일부 국회의원과 노동계가 자격관리, 부과, 징수에 이르는 사회보험 업무 중 징수업무만 건강보험공단으로 위탁하는 법령 정비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초기에 잘 설득해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다. 노·사·정 합의는 통합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관건이었던 만큼 큰 성과다.

▲한문덕=실무 준비 과정에서는 인력 전환배치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서 건강보험공단으로 인력의 선발기준, 근로조건을 정하는 문제다. 임금체계가 서로 다른 조직의 인력을 통합하는 것인 만큼 공단으로 오는 인력들의 근로조건 저하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에 따라 보수 수준과 호봉을 맞췄다.

▲정형선 교수(이하 정형선)=자기가 속한 직장에서 다른 조직으로 옮기는 것은 근로 당사자에겐 굉장히 큰 문제다. 더구나 서로 다른 임금체계를 조정하는 문제는 만만치 않다. 이런 예민한 문제를 물리적 방법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했다는 것은 사회적 발전으로 평가할 만하다.

▲조윤미 본부장(이하 조윤미)=징수통합은 사회보험 행정에 효율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것이 국민에게 가져올 긍정적인 결과를 고려했기 때문에 노동계도 전향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보험료 부담주체들에게 예상되는 영향은.

▲조윤미=앞으로 시행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징수와 관련된 복합민원이 생길 경우 예전에는 각 공단에서 일괄 처리해 줬는데 내년부터 징수업무를 제외한 다른 보험민원은 다른 공단을 상대하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 각 공단의 민원처리시스템을 원활하게 연계해 복합민원에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류기정 본부장(이하 류기정)=고용·산재보험료 부과기준이 임금총액에서 보수총액(과세 대상 근로소득)으로 바뀌었다. 성과연동형 임금체계를 적용하는 대기업의 경우 종전에는 보험료 산정대상이 아니었던 상여금 등이 포함돼 보험료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1년에 한 번 신고납부하던 고용·산재보험을 매달 납부하도록 하고, 4대 보험료를 일시 납부하면 보험료의 5%를 경감해 주던 인센티브도 폐지해 일부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예상되는 문제점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나.

▲한문덕=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최소화하도록 시스템을 완비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과 5차례 이상 자료전환 시험을 하면서 불일치자료와 미비사항을 보완해 왔다. 샘플고지서 1만2000건을 발송해 테스트도 마쳤다. 복합민원의 경우 각 공단 간 전산연계시스템과 표준업무절차, 콜센터 연결을 통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류호영=500인 이상 대기업은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지만 500인 이하 중소기업의 부담은 줄어 전체적으로 국민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정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전년 대비 115%를 초과하는 보험료 부담은 경감하도록 해 3년간 완화조치를 마련했다. 보험료 일시선납 인센티브를 없앤 것은 제도 변경에 따른 변화로 봐야 한다. 과거 고용·산재보험 자진신고 납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인을 제공했지만 내년부터 납부방식이 월별 부과 고지로 바뀌기 때문에 인센티브의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징수통합을 시행하는 다른 나라에서 시사점을 찾는다면.

▲정형선=나라마다 통합의 형태는 다르지만 징수통합으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도 통합을 시작하는 것보다 효율성을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류호영=독일·프랑스·일본 등은 우리나라처럼 사회보험기관이, 미국·영국·스웨덴 등은 국세청이 통합징수를 담당하고 있다. 통합 범위와 수준, 관리기관 등은 차이가 있지만 많은 나라가 징수업무를 통합 운영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마지막으로 조기정착을 위한 제언을 부탁한다.

▲류기정=기업들의 임금체계가 점차 성과 연동형으로 가고 있는 만큼 징수제도 변화에 따라 기업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지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경우 3년간 일정 보험료를 경감해 주지만 1년 정도 시행 경과를 관찰해 예상보다 부담이 크다면 유연성을 발휘했으면 한다. 제도 변화에 불만을 가진 보험계층 때문에 보험료 징수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소득 파악은 사회보험과 관련된 본질적 문제다. 형평성에 문제가 없도록 정부의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류호영=고용보험료율과 산재보험료율은 매년 노동부 장관이 결정하기 때문에 통합징수 운용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은 이미 월별 부과 고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번에 고용·산재보험 부과방식을 동일하게 바꾼 것은 4대 사회보험 부과체계를 맞춰가는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시행 초기 징수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건보공단이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할 것으로 본다.

▲정형선=징수통합은 인력·행정 효율화에 따른 경제적 효과 이상의 가치가 있다. 보험행정에서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을 향후 지속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징수통합을 시행하지만 전환인력의 사후관리는 계속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근로조건이나 조직융화 측면에서 갈등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조윤미=대국민 홍보를 진행했지만 새로운 징수방식이 사회적으로 충분히 홍보되지 않았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부과방식 변경에 따라 개인이 납부하는 보험료에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혼란이 생길 수 있다.

▲한문덕=제도 초기 어려움이 없도록 다각적인 홍보를 계속할 예정이다. 4대 보험의 성격이 서로 달라 징수율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징수업무를 통합한 데 따른 경제적 효과 외에 업무의 전문성과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간접적 효과로 징수행정이 더욱 효율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제도가 정착되고 국민의 수용성과 공감대를 확보하면 시행 초기 혼란이 조기 안정될 것이다. 2000년 7월 1일 국민건강보험 통합의 경험을 살려 내년 1월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정리=pado@fnnews.com허현아기자 성초롱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