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레드와인이 자기부상열차 움직일까

초전도 현상은 전기가 흐를 때 저항이 영(0옴)이 되는 것을 말한다. 초전도 상태에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팽이를 돌리면 영원히 멈추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기부상열차’도 초전도 현상을 응용해 만들었다.

21세기 의료, 교통, 정보통신, 에너지 분야에서 미래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초전도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비법이 ‘레드와인’에 숨겨져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초전도는 1911년 네덜란드 출신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가 발견했다. 오너스는 희귀가스인 액체헬륨을 사용해 수은의 온도를 절대온도 4도(섭씨 영하 269.15도·4K)까지 내려 전기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1986년에는 35K 이하의 온도에서 초전도체가 개발된 데 이어 최근에는 77K에서 동작이 되는 초전도 양자간섭장치(SQUID)라는 자기센서가 개발됐다. 이 초전도를 고온 초전도라 하고 절대온도 4K에서 제작되는 경우를 저온 초전도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초전도 현상의 정확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온갖 물질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초전도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008년부터 일본에서 우연히 발견된 한 종류의 고온 초전도체가 바로 레드와인에 담근 철-텔루륨-황 화합물이다.

일본국립재료과학연구소 다카노 요시히코 박사 연구팀은 이 물질을 다양한 술에 담근 뒤 초전도현상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레드와인이 훌륭한 초전도체를 만든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연구팀은 레드와인에 풍부하게 함유된 ‘웰빙’ 항산화물 폴리페놀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레드와인에 들어 있는 다양한 산화물과 항산화물들이 초전도 현상을 돕는다고 한다. 하지만 금속물질도 아닌 폴리페놀이 과연 이런 힘을 갖고 있을까.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권 교수는 4일 “일반적인 전도체인 금속물질이 아닌 산화물 등의 절연체(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물질)를 화학적으로 조작하면 초전도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마도 이 때문에 항산화물이나 산화물이 함유되면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온 초전도체의 기전이 규명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비용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중성자과학연구부 전병혁 박사는 “현재 저온 초전도체를 만들려면 액체 헬륨을 사용해야 한다.
이는 ℓ당 약 1만5000원가량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레드와인이 건강뿐만 아니라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기술 등에 사용되는 초전도체 개발에 주요한 요소로 사용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kueigo@fnnews.com김태호기자

■사진설명=레드와인에 함유된 '웰빙' 항산화물 폴리페놀은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을 가능케 하는 초전도체 개발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