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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대규 휴맥스 대표 “매출 1兆 벤처 많이 나와야”

“구글, 애플 같은 회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미국식 혁신을 이룰 것인가,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부상했다가 도태하고 만 일본식으로 갈 것인지가 5∼6년 내 판가름 난다.”

벤처 1세대이자 수출 중심의 제조업체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의 금자탑을 쌓은 휴맥스 변대규 대표가 한국 벤처기업의 모범상으로서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이같이 제시했다.

변 대표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람과 혁신, 수출 중심 사업구조로 1조원 매출 기업을 적극 만들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970년 이후 40년 역사 속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회사는 10곳이 넘지 않는다. 일본의 기술 중심 저가전략에 정보기술(IT) 시장을 내주고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을 계속해서 쏟아내는 미국과 대조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불과 40여년 만에 세계 정상을 넘보는 자리에 올라섰다가 2000년대 들어 세계시장을 주도할 혁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일본과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변 대표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국인의 기질은 뛰어나지만 지금의 법과 규제, 내수시장에 대한 대기업들의 독과점 구조에선 일본처럼 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했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할 수 있는 경영구조,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 가야 매출 1조원 기업들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게 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벤처기업이 해외 현지를 공략하기엔 마케팅 등 넘어야 할 벽이 높지만 혁신제품과 재무적인 뒷받침으로 한번 그 벽을 넘으면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다”며 “최고경영자(CEO)들은 우수인재가 왜 그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셋톱박스 4위 기업인 휴맥스는 지난해 해외에서 98%의 매출을 올렸다. 오는 2015년엔 셋톱박스 매출을 1조8000억원으로 늘려 세계 3대 사업자로 등극하고, 새롭게 진출하는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창업 22년을 맞은 휴맥스 역시 매년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난 1997년 해외에서 품질 문제와 거래업체의 도산으로 휴맥스 역시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지난 2003년 진출한 디지털TV 사업이 실패하면서 5∼6년 동안 발목을 잡기도 했다.


변 대표는 “너무 큰 혁신을 하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배움을 얻었다”며 “시장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 외길을 걷고, 우수인재들이 직장을 삶의 터전으로 여길 수 있게 만들어줬다는 게 1조원 매출의 동력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한국인의 강한 기질을 어떻게 집단에너지로 승화시킬 것인지가 정부 및 기업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며 “협소한 내수시장에서 우수 대학 졸업자들마저 대기업에만 몰리는 현상은 한국의 미래에서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postman@fnnews.com권해주기자

■사진설명=변대규 휴맥스 대표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매출 1조원 달성을 뒷받침한 요인들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