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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데,‘고압 쾌변’ 기능은 항문 통증 유발 우려”

비데의 수압이나 온도를 적절히 조절해 사용하면 항문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박규주 교수팀은 웅진코웨이 연구진과 공동으로 성인남녀 20명을 대상으로 비데가 항문 및 직장에 어떠한 압력을 미치는지 실험한 결과 체온과 유사한 38도를 유지하고 저압 또는 중간 압력을 사용했을 때 항문압이 15∼20% 정도 감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교수팀은 지원자를 변기에 앉게 한 뒤 기초 항문내압을 측정하고 내압측정기를 이용해 비데를 사용하면서 항문 및 직장 내의 압력 변화를 다양한 온도와 수압 조건 하에 측정했다. 또 비데의 기능 중 일직선 형태의 수류보다는 넓게 퍼지는 와이드 수류를 사용하였을 때 항문압 감소가 좀 더 효과적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항문 질환이나 항문 통증이 있을 때 온수 좌욕을 권장하는데 좌욕은 항문 조임근을 이완시켜 항문압을 감소시킴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키며 항문 부위의 혈액순환을 돕는 작용을 한다.

박규주 교수는 "비데의 수압과 온수 온도를 적정하게 설정해 사용하면 좌욕에서 보이는 항문압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배변 시 항문 괄약근이 이완되지 않고 이상 수축으로 변비가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제품에 포함된 빠른 배변을 위해 물의 수압을 고압으로 이용하는 소위 '쾌변' 기능을 사용한 경우 괄약근의 반사적 수축을 유발해 항문압이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문 조임근을 통과해 물이 직접 직장 내로 유입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고압의 '쾌변' 기능은 바쁘고 성질 급한 직장인들의 경우 배변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항문압을 증가시켜 항문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항문 및 직장에 상처를 만들 수 있으니 적정한 수압과 온도를 조절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권위 있는 소화기 학회(Digestive Disease Week 2010)에서 발표됐으며 국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인 '한국 의학잡지(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Science)' 2011년 1월호에 게재됐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

■사진설명=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비데와 항문 건강을 연구하기 위해 비데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