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에 이은 원자력 발전소 방사능 누출 사고가 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과 유럽 증시가 2%대 폭락세로 마감했고, 안전자산인 채권, 금 가격은 뛰었다.
반면 엔화 가치는 2차 대전 이후 달러에 대해 최고수준으로 치솟았고, 유가, 천연가스 가격은 일본 발전시설이 복구되면 급등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원전 사고를 제외한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만 보험금 지급액이 250억달러(약 28.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엔화 전후 최고···일본은행 개입 초읽기
세계 2위 외환보유국인 일본이 이번 참사 뒤 복구에 필요한 자금으로 투입하기 위해 해외에 투자돼 있는 돈을 회수해 갈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면서 엔화 가치가 이날 뉴욕시장에서 2차대전 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엔화는 이날 전자거래에서 한때 달러당 76.52엔까지 치솟아 종전 2차대전 이후 최고 기록이었던 1995년 4월 19일의 79.75엔을 가볍게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80엔이 무너지면 일본은행(BOJ)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 예상대로라면 일은의 개입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특히 지난해 9월 BOJ의 외환시장 개입은 국제공조를 이끌어내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일본 재건을 위해서도 엔저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주요국 중앙은행의 동반 개입도 예상된다.
프랑스가 요청한 주요 7개국(G7) 긴급회의에서 엔고 억제를 위한 국제공조 방안이 마련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석유, 천연가스 장기 상승 불가피
석유, 천연가스 가격은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본의 수요감소로 단기 하강 압력을 받고 있지만 일본의 설비가 재가동되기 시작하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4월물은 배럴당 80센트 오른 97.98달러, 북해산 브렌트유는 2.14달러 뛴 110.66달러로 올랐다. 유가 오름세는 일본의 수요 감소세 덕에 주춤했다.
천연가스는 일본이 시설 복구에 나서면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북미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등은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이 화력 발전 비중을 높이면 천연가스 수입이 크게 늘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특히 유럽의 경우 일부 공급물량을 일본에 빼앗길 것이란 분석이다.
도이치뱅크는 유럽이 가장 취약하다면서 일본이 원전에서 화력발전으로 전환하게 되면 유럽에 공급되던 천연가스 가운데 연간 50억∼120억㎥가 일본으로 공급되고 이는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천연가스 공급이 충분한 북미지역은 액화시설이 충분치 않아 이를 해외시장에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 보험금 지급 규모 최소 250억달러(약 28조4550억원)
이번 대지진 참화에 따른 보험업계의 보험금 지급규모는 2001년 9·11테러,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함께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재해에 따른 손실 예측 프로그램 전문 업체인 에쿼캣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보험금 지급 규모만 120억∼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다른 손해산정 추산 업체인 AIR 월드와이드는 역시 원전 피해를 제외한 보험금 지급액만 150억∼3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13일 내놓은 바 있다.
KBW 증권은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일본 지진 등 보험 업계가 잇단 재난으로 막대한 보험금 지급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KBW는 재보험업계가 아직도 필요액보다 더 많은 자본을 갖추고 있어 잇단 재난이 보험금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dympna@fnnews.com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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