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이슈가 Money?] 한국판 공룡 IB, 생존? 멸종?

산업강국 대한민국의 뒷심이 돼줄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우리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가 사업을 펼칠 때 취약한 금융부문이 항상 문제가 됐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기업들의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든든한 토종 자금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메가뱅크’ 논의는 당위성을 갖는 듯 하다.

그러나 여러 금융지주사를 통·폐합해 초대형 IB를 출범시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

글로벌 IB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형화 뿐 아니라 전문화가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간 인수합병(M&A)이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증권사마다 확실한 주인이 있었고 인수 및 합병(M&A) 등을 통한 성장전략이나 차별화 전략이 없었기 때문으로 볼수 있다.

이로 인해 현재 IB뱅크 문제는 금융정책 당국의 인위적 M&A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대형화가 요구되는 이유는 기업금융, 자기자본투자(PI)와 관련한 위험을 흡수할 수 있는 자기자본, 막대한 전산투자, 최신정보의 입수, 시장개척을 위한 폭넓은 네트워크 확보 등을 위한 외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신보성 금융투자산업실장은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규모가 작고 전문화가 부족해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IB 육성에 있어서 규모는 필수적인 요소로 위험을 떠안고 과감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자금 없이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선진 IB로 도약을 위해서는 대형화와 함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진정한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횡행하는 ‘계열사 몰아주기’에서 벗어나 ‘프리마켓’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또 각각의 특성에 맞는 영역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실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PI 인력은 전체인원 중 평균 0.4%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IB인 골드만삭스의 경우에는 PI인력이 전체 3분의 1이 넘는다.

또 우리나라 증권사의 M&A 자문인력은 전체 인원의 0.5%에 불과해 국내 M&A는 주로 해외 IB가 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성장잠재력이 크고 금융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이머징 국가에 대한 과감한 해외진출도 요구된다.

그러나 외국 IB를 무조건 따라하는 식의 성급한 대형화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한 금융 선진화방안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오랜 투자경험을 가진 글로벌 IB들과 경쟁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의미가 있는지, 우리만의 특화 전략은 없는지 먼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양대 하준경 교수(경제학)는 “골드만 삭스가 하는 것을 따라 할 역량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따라간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맞는 선진화의 방향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의 금융공학에 치중해서 IB를 추진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잘 대응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화에 대해서도 “대형화는 필요하지만 덩치만 크다고 다 된다면 일본의 초대형 IB들은 왜 세계금융을 주도하지 못하겠느냐”고 하 교수는 반문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데 위기 이전의 논리로 복귀해서 과거 모델로 메가뱅크를 얘기할 수는 없다”며 “금융자본이 세계를 떠돌며 거품을 만들어 스스로를 살찌우고 파생상품을 남발해 위험을 늘리는 것을 통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khchoi@fnnews.com 최경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