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인류애를 실천하는 것이 독립운동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잇는 것이다.”
일본 대지진 피해복구를 위한 구호성금이 사상 최대치에 육박하면서 그 동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일본 구호성금에 대한 반대이유는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다. 일본과의 불행한 과거사, 경제부국에 대한 금품지원의 부적절성,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다양하다. 더욱이 반일감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대지진 성금모금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모금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수한 인도적 동기에서 기부를 결심한다.
일본 대지진 모금운동은 지진이라는 천재지변 앞에 무참히 희생된 인간에 대한 연민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됐다. 지진 발행 후 가장 먼저 모금운동을 시작한 대한적십자사의 모금 취지에서 이같은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난다.
적십자사는 지진이 발생한 지 사흘만인 지난 14일 공식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일본과의 역사적 특수관계 때문에 다른 구호단체들이 모금운동을 머뭇거리는 동안 적십자사는 주저없이 운동을 시작했다. 대지진의 참상을 목도한 국민들이 성금을 내고 싶다며 적십자사로 도울 방법을 물어왔기 때문이다. 적십자사는 이런 요구에 부응해 성금을 접수하고 피해지역에 전달하는 일이 본업이기도 하다.
이념·정치·종교·지리적 차이를 떠나 인간의 아픔에 대해 구호활동을 벌이는 ‘적십자 정신’으로 볼 때 일본 대지진 성금모금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진피해 성금모금에 찬성하는 사람들 역시 인간 본성에서 오는 순수한 동기라고 입을 모은다.
적십자사 이윤호 홍보과장은 “어느 어머니가 성금을 내면서 말하기를 4살된 딸이 일본 대지진 뉴스를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엄마 물이 차를 다 잡아 먹어요’라고 말했을 때 가슴이 찡하게 울려오는 것을 느꼈다면서 기부에 동참의사를 밝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기부 동참자들에겐 지진 피해 당사자들이 일본사람이기 전에 우리와 같은 한 인간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 셈이다.
이들에게 일본인을 위한 성금모금은 일본과의 역사적 앙금이나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다.
적십자사 모금에 동참한 단체 중 광복회는 1000만원을 기부했고, 사할린 강제이주자 단체, 원폭 피해자 단체도 기부대열에 함께 했다.
광복회 차창규 사무총장은 광복회는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 방사선 유출의 대재앙 앞에 속수무책으로 희생을 당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만 있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어려움에 처한 이웃나라에 범 인도주의적 차원의 인류애를 실천하는 것이 독립운동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잇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지진 성금모금에 대한 찬성자들은 성금 전달이 부자나라에 돈을 보태주는 결과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한일관계가 좋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론을 펴기도 한다. 어린이재단에 기부한 고상환씨는 “과거사는 잠시 뒤로 하고 우리는 진심을 다해 그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며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우리가 진심을 다해 도와 준다면 그들 역시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며 그것이 과거사를 청산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 아고라의 네티즌 ‘KI***’는 “물론 일본이 우리보다 잘 살아서 성금모금이 불필요한 일일수도 있지만 자연재해 발생에 대한 이웃나라로서의 호의적인 태도로 볼 수도 있는 문제이며, 향후 한일 관계에 있어서도 좋은 계기가 될 듯하다”고 말했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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