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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영토를 넓혀라] 베트남시장-(3) ‘한류’ 타고 콧노래 ① 우리은행

【호찌민(베트남)=강두순기자】 최근 외국계 기업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베트남 호찌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이 건물 2층에 위치한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을 찾았다.

지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국의 여느 지점과 다름없이 꾸며 놓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그때 현지 창구직원들이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며 익숙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자세히 보니 여직원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도 한국에서 입는 옷 그대로다.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은 지난해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내부 인테리어에서 고객응대 예절, 직원들의 유니폼까지 한국식 매뉴얼을 도입했다. 이처럼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금융 한류' 전파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중장기적인 현지화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철우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장은 "더 이상 국내 진출 기업들만을 상대로 한 영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선진 은행기법을 베트남 현지 문화와 접목시키는 현지화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 지점장은 현지 감독당국의 규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외은지점의 동일인 여신 한도가 지점 자본금의 15%로 축소돼 국내 현지 은행지점들의 영업력 위축과 현지 기업들에 대한 지원 등에도 애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황 돌파를 위해 우리은행은 호찌민 지점의 자본금을 확충하는 한편 여신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양하게 가져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은 틈새시장 공략을 위해 카드, 보험 등 본사 금융계열사들과 연계한 다양한 사업 추진도 구상 중이다.

최 지점장은 지점의 법인 전환을 현지화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인화가 돼야 주요 거점에 수월하게 점포를 낼 수 있어 영업활동 영역이 넓어진다"며 "현지 공기업과 우량 기업을 공략하기 위해선 충분한 조직이나 인력풀을 갖춰야 하는데 법인화가 전제돼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금융도 법인 전환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에는 4명의 한국 직원과 베트남 현지 직원 23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지점 개설 이후 우리은행의 해외 점포 실적 평가에서 줄곧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2007년 380만달러에서 지난해 말에는 1570만달러로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지난해 말 860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울러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은 현지 한인행사 지원은 물론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베트남 현지에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최 지점장은 향후 베트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베트남의 사회간접자본 여건만 개선된다면 인도차이나 벨트의 허브가 될 수 있는 도시"라면서 "8500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1억명까지 증가할 경우 내수시장도 확대돼 견조한 수출시장과 맞물려 자생적인 경제 성장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특히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이 10만명에 이르고 최근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이전해오면서 국내 금융기관들에 대한 자금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dsk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