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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거래소의 솔로몬 해법은/김한준기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4일 만난 국내 A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이 한숨을 쉬며 뱉은 말이다. 최근 중국고섬의 거래 정지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외국 상장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얘기였다.

그는 “현재도 외국기업 특히 중국 기업을 상장시키려면 각종 심사 때문에 국내 업체에 비해 배 이상의 시간이 걸려 불만이 많다”면서 “수위가 더 높아지면 과연 어느 곳이 한국 시장으로 진출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부 무책임한 중국 기업 때문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에겐 ‘돌’을 맞을 이야기겠지만, 그의 주장이 100% 틀린 것만은 아니다. 중국 기업을 무작정 배척하기엔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너무 커서다.

현재 한국 경제는 5% 성장을 거두면 박수를 받을 정도로 정체됐다. 반면, 중국은 매년 10% 안팎의 고성장을 달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성도 당연히 같은 궤적이다. B증권사에서 IPO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부장은 “중국 기업의 실적 증가세는 국내 일반 코스닥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르다”면서 “중국 기업의 상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한국 투자자가 그대로 향유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발전 차원에서도 그렇다. 현재 국내 증권시장은 과당 경쟁으로 별다른 모멘텀(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증권사의 임원은 “외국기업의 국내상장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면서 “한국 시장을 노크하는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대만과 인접한 푸젠성인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는 대만의 진출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상장기업에 대한 방침을 정비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지금처럼 제도와 문화가 한국과 다르다고 방치하는 식이여선 안 된다. 한국에 들어와서 ‘코리아머니’를 가져가는 만큼, 한국식 회계를 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은 더욱 곤란하다. 거래소가 양자 사이에서 ‘현명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은 지금 거래소가 ‘솔로몬왕의 해법’을 내놓길 기다리고 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