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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Money?] 한강은 외국산 요트 전용항로?

한강은 외국산 요트 전용 항로?

‘여의도 시민요트나루(마리나)’가 개장하는 등 본격적인 해양레저 시대가 시작됐지만 정작 국산 요트는 찾기가 어렵다. 국내 요트 수요는 대부분 미국 및 유럽산 수입제품으로 충당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요트를 해양레저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으나 수입 요트업체들만 배불리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 지 우려된다.

20일 지식경제부와 중소형 선박업계 등에 따르면 마리나 항만의 조성 및 관리 법률이 제정된 이후 최근 120여개 지자체에서 인프라(사회간접자본)에 해당하는 마리나 개발을 위해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레저선박 생산업체는 대부분 외국기술과 기자재에 의존하고 있다. 레저선박 분야에 특화된 전문 기술인력 및 기자재 업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한·미 FTA 발효 3년 후 무관세 요트가 수입되면 아직 시작도 못한 국내 레저선박 제조산업이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기술력과 유명브랜드를 보유한 선진국이 전세계 요트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세계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조선연구원 김형민 연구원은 “한미FTA로 무관세 선박들이 들어오면 국내 산업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대응할 방법이 없다”면서 “당장 선진국들이 국내 시장을 공격 타깃으로 잡기 전 국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경부 관계자도 “생산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리나 등 인프라 구축에만 몰두할 경우 외국산 요트 수입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레저선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지경부는 우선 레저선박 건조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오는 2012년까지 추진시스템, 제어장치, 부품소재 등 주력분야의 핵심기술을 개발해 선진국의 90%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국내 자동차 및 정보기술(IT) 산업을 활용해 레저선박용 엔진, 항해통신장치 등 핵심부품을 개발키로 했다.

또 세계 레저선박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오는 2013년까지 20피트(6.096m)급 파워보트와 국내최초 60피트(18.288m) 강화플라스틱(FRP) 파워보트 시제선 제작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4년간 총 117억원을 투입한다. 지경부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레저선박 분야에서 선진국 대비 기술격차가 현행 5∼10년에서 2∼3년으로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어선을 만들던 서남권 지역 중소형 조선사가 요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타격을 받은 서남권 중소형 조선사에 어선 및 소형선박 대신 요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기반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레저선박 이용활성화를 위해 세제개선, 규제완화 등 제도적 개선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더 많은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 김형민 연구원은 “정부와 업계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워낙 기반이 없다보니 턱 없이 부족하다”면서 “정부와 업계는 당장 급한불을 끈다고 내수시장만 바라보지 말고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체계적인 마스터플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it8129@fnnews.com노현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