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과 관련 대주주를 비롯해 임직원, 금융감독 당국 직원까지 줄줄이 불법대출 등으로 구속 기소되면서 저축은행 업계에 '대주주(오너) 리스크'가 화두로 떠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과 국민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대리인 문제에 눈을 뜬 금융당국은 이와 정반대인 오너 체제의 저축은행 '대주주 리스크'를 놓고 혼란에 휩싸였다.
■오너 중심 지배체제 '문제'
특히 저축은행 줄도산은 경영진을 무력화한 '오너 중심의 지배체제'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과 KB국민금융지주에서 벌어진 'CEO 리스크'는 주인도 아니면서 주인 행세를 하는 대리인 문제에 따른 것이었다면 이번 저축은행의 '대주주 리스크'는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방관한 '바지사장'과 '이사회'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가게를 할 때 주인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그 주인이 자기 배만 불리려고 금고를 털게 되면 그건 더 큰 문제를 촉발한다"면서 "이 경우 주인 밑에서 일하는 사장이야 가게가 어떻게 되든 말든 주인 눈치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CEO 리스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임하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있어 '책임감' 문제가 중요했다. 이와 반대로 대주주 리스크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반인'으로 돌아간다는 두려움 때문에 '재산을 빼돌리는' 행태가 발생했다. 제조업 등 일반 업종과 달리 금융업은 국민에게 잠시 빌려온 '예금'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배임'에 있어서는 오너체제가 더 위험하다.
■CEO vs. 대주주 '결과는 똑같아'
이처럼 대주주 리스크의 '도덕성 공백'과 CEO 리스크의 시스템 부재에 따른 '책임감 공백' 등 원인은 다르지만 이사회 역할 부재라는 '지배구조' 문제는 똑같은 형태로 발생한다.
주인 없는 CEO체제에서는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결탁했다면 주인 있는 오너체제에서는 사외이사들이 매수당했다. 더욱이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는 금감원 출신 감사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부의 도덕성에도 흠집이 났다. 금융당국은 지배체제가 CEO든 대주주든 감독기능은 강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현실에서 제대로 도입이 안 되면 '말짱 도루묵'"이라면서 "금융기관에 주인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있어도 문제가 생긴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감독장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대주주적격성심사를 실시하는 67개 저축은행 대주주와 그 가족 등 총 294명에 대한 검사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바지사장'을 색출하기 위한 지배구조검사에 착수한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실시하는 대주주 적격성 정기검사에 이어 내년부터는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직접검사가 도입된다.
/mjkim@fnnews.com김명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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