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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광고 시장 200억대..스타 추종 충동구매 우려

지난해 5월 제품 간접광고(PPL)가 본격 시행된 지 약 1년이 됐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입증된 방송 PPL의 효과는 얼마나 강력했을까. 최근 유행한 드라마에 등장한 상품과 후속 매출을 분석한 결과 완판(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려 없는 상태)기간은 3분의 1로 줄고, 매출 속도는 3배가량 증가하는 등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반면 시청자들의 충동구매를 부추긴다는 우려의 시선도 함께 나오고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5일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코바코)가 집계한 지난해(5∼12월) 간접광고 매출은 50억원. 올해는 지난 4월 기준으로 60억원을 넘어섰다. 코바코 신장건 차장은 "연말까지 200억원을 목표로 잡았는데 현재 추세대로면 무리없이 달성할 것"이라며 "향후 간접광고 방송 시간이나 비중 등 규제가 완화되면 성장세는 더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완판 기간 '3분의 1'로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영된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3억원을 협찬했다. 이 금액엔 제작 지원비와 협찬 제품이 포함됐다. 이 중 다운 재킷 3종은 방송 후 초기물량 2000여점이 모두 팔렸다. 해당 제품의 가격은 29만∼45만원으로 완판된 재킷 3종의 가격을 합하면 120만원이다. 재킷당 초기물량이 700여점인 것을 감안하면 120만원을 투입해 8억4000만원을 벌었다. 몽벨 측은 "통상 '잘 팔린다'고 소문난 상품이 완판에 이르기까지는 3개월이 걸린다"면서 "해당 제품은 완판 기간이 1개월밖에 걸리지 않아 판매 속도가 3배 정도 빨랐다"고 설명했다.

주얼리 브랜드 미니골드는 일일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에 샤비쥬 트리샤 귀고리와 샤비쥬 텔라 귀고리를 협찬했다. 미니골드의 인기 제품은 초기 물량이 모두 팔리는 데 보통 한 달이 걸리는데 해당 제품은 방송 이후 10일 만에 완판됐다.

■장소 협찬으로도 매출 상승

PPL에 드는 비용은 적게는 0원부터 많게는 몇억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도 광고비(모델료·제작비 등)의 10% 미만이 대부분이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본점과 에비뉴엘, 청량리점 등을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김주원(현빈 분)이 경영하는 백화점으로 등장시켜 매출 상승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8월 리뉴얼 오픈한 청량리점은 드라마 방영 기간 일평균 매출이 약 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오픈 이후 평균 매출인 9억원보다 1억원 가량 높은 수치다. 드라마의 주시청 고객인 20∼30대 여성들이 청량리점을 방문해 영캐주얼 의류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15.5% 신장했다. 죽 프랜차이즈 본죽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서울 돈암동 매장을 노출시켰다. 드라마 방영 이후 매출 1위 매장으로 등극했다. 또 드라마를 보고 방문한 일본인 비율이 전체 고객의 20∼30%를 차지하기도 했다.

■주인공이 걸쳐야 홍보효과도 높아

LG패션의 남성복 브랜드 TNGT는 지난 3일 종영한 드라마 '마이더스'에 약 80벌의 슈트를 협찬했다. 주인공 장혁이 TNGT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 지난 4월까지 TNGT의 누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했다. TNGT 홈페이지의 일일 방문자 수는 3000여명으로 드라마 방영 전의 10배를 넘어섰다.

리얼 쇼 프로그램도 PPL의 블루오션 시장이다. CJ푸드빌에서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한식 브랜드 비비고는 지난해 리얼 쇼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 비빔밥과 타파스를 협찬했다. 또 주말에 인기가 높은 '무한도전'에서도 출연진에게 테이크아웃 비빔밥을 제공, 전체 메뉴 중 20%를 차지했던 테이크아웃 매출이 30%까지 늘었다.

■소비자 충동구매 우려

PPL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가 막상 시작돼 봐야 성공이냐, 실패냐가 판가름나므로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수억원을 투자해 놓고도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많은 편. 박창식 한국드라마협회 회장은 "PPL에 1억원을 투자하고 10억원을 버는 기업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어 로또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시청자와 제작사, 협찬사들에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대사, 상황 등에 적절히 노출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기 드라마의 PPL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윤정 경인교육대학교 생활교육과학과 교수는 "PPL을 접한 뒤 상품을 구입하는 행위는 일종의 충동구매"라면서 "계획하고 절제하는 소비습관과는 거리가 있는 만큼 시청자들의 주의가 적극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yhh1209@fnnews.com유현희 김은진 박하나기자

■PPL은 '프로덕트 플레이스먼트(Product Placement)'의 줄임말로 화면에 특정 상품을 노출시켜 소비자들의 무의식에 인지시키는 제품 간접광고. 지난해 1월 방송법 시행령 이후이며 처음으로 전파를 탄 것은 작년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