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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금융계열사 ‘뜨거운 부유층 사랑’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올 들어 국내시장의 성장동력을 아예 고액자산가로 삼고 'VVIP' 마케팅을 본격화하는 등 영업목표를 부유층에 정조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비싼 상품과 특화서비스 등을 선보이는가 하면 삼성 금융계열사 간 교차판매와 제휴서비스, 공동광고 등을 통해 삼성만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의 하나인 보험을 '고급화'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19일 삼성생명은 지난해 실적발표를 겸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매년 7∼8%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부유층 시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15만여명에 달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인 부유층이 대상이다.

이들을 향한 상품 라인업도 대폭 강화됐다.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부유층 전용 플래티넘 종신·연금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소 보장금액은 3억원이다. 플래티넘 종신보험은 지난해 3만1000건 판매됐다. 월납 초회보험료 실적이 29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5월 출시된 플래티넘 종신보험은 5500건 판매에 월납 초회 보험료가 165억원가량이다. 서비스도 최상급이다. 플래티넘 상품은 금융, 건강,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전문회사와 제휴해 최상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생명은 플래티넘 상품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삼성VIP카드 발급 자격을 주고 연회비를 부담할 경우 시그니처급 서비스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삼성카드는 삼성화재, 제일모직 등 제휴사의 최상급 서비스를 모은 '삼성카드 S클래스'를 선보였다. 전직 삼성라이온스 출신 양준혁 선수, 로커 김태원, 영화배우 공효진 등을 앞세워 대대적인 CF 광고에도 나섰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방카슈랑스 가입 규모가 초회보험료 기준 2180억원을 기록, 전년 727억원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자문형 랩 등 투자상품 외에도 보험상품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하고 있다. 가입고객 중 예탁자산 1억원 이상 비중이 77%, 평균자산 21억원으로 고액자산가가 주요 고객이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부자마케팅은 삼성전자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은 지난 2005년 삼성전자 중국부문 총괄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중국삼성의 성장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사장과 함께 올해 3월 부임한 삼성카드 최치훈 사장도 삼성의 최고급(S급) 인재로 삼성전자에서 낙후된 삼성프린터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키워냈다는 평가다. 삼성화재 지대섭 사장 역시 삼성전자 시절 'D램 1등 신화'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방카슈랑스 제휴를 통해 발군의 성장을 이뤄낸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은 삼성생명에서 최고투자책임자, 최고관리자 등을 역임했다.

삼성그룹은 6월 주총을 전후해 금융부문 총괄 부회장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현재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지만 고문 형태로 있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박근희 사장이 리더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금융사업이 삼성생명 박 사장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계열사들은 오는 7월부터 지난 금융위기 이후 중단됐던 공동광고도 재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삼성금융그룹이 부자 잡기에 나서는 등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 자체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보상이 막막한 고객들을 위해 보험료를 매달 나눠 내는 형태인데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면 보험원론 자체를 위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