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박재완 장관 “서비스업 규제 풀고 소상공인 지원..내수 살리기 총력”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경제팀 수장으로 취임한 후 2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중했다.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친 낙관론도, 불안감 조장도 경제에 부담이라고 했고 국가재정이 투입될 수도 있는 '반값 등록금' 해법은 '실행 가능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수진작, 소득불평등 해소 방안을 묻자 각종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로 정책방향을 전환한데 대해 "당론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감세정책 유지라는 정부의 정책을 설득과 조정을 통해 지속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22일 오전 7시30분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시작으로 분초를 다투는 빡빡한 일정 속에 파이낸셜 창간 11주년을 맞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1시간여 동안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대담=김용민 정치경제부장)

―대통령까지 나서 '내수 살리기'를 언급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라고 독려할 정도로 내수 진작이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하는데.

▲우리 경제의 여러 현안이 있지만 서민들 체감경기가 지표경기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정부의 내수진작책은 물가불안을 감안, 수요보다 공급측면에 중점을 두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정책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중소기업·서비스산업·관광산업 등 규제 완화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사업 기회 확충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 주재 국정토론회에서 중소기업 유망제품(히트 500) 판로 확대 지원, 영세 중소기업의 납품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 골목 슈퍼 경쟁력 제고, 온누리 상품권 사용처 확대 등이 아이디어로 나왔다. 다만 이러한 방안들의 한계와 부작용도 있기 때문에서 정책으로 실현 가능성은 면밀히 검토하겠다.

―내수 문제와 더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등 한국 사회 전반의 소득 불평등도 해법 마련이 시급한데.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지니계수 기준) 수준이다. 문제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는 이 같은 지표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 성장 등 대내외적 경제환경변화, 노동 집약 저부가가치 산업 위축, 사회안정망 미흡 등이 원인이다. 이와 함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기반 미흡,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고리' 약화 등도 소득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시카고대 라잔 교수가 언급했듯 소득 불평등 문제는 분배 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자발적인 동반성장 노력이 산업 전반에 정착·확산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장의 공정한 규칙의 조성을 통해 대·중소기업간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선진화 등 내수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해 일자리 창출이 활성화되도록 정책을 집중하겠다.

―한나라당이 소득세와 법인세의 추가 감세를 철회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의 정책방향은.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추가감세 철회 문제는 '당론'으로 정해지지는 않았다. 당정간 협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는 '낮은 세율, 넓은 세원'이라는 교과서, 그리고 국제기구의 권고에 따라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정책의 일관성, 대외 신뢰도 유지를 위해 소득·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한다는 입장이다. 복지 등 미래 재정수요에 대비, 비과세·감면축소, 과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통해 세수를 확보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국제적인 조세경쟁 구도 아래에서 낮은 수준의 소득·법인세율 유지는 우리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수적이다. 실효세율(2009년)도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16%, 대기업 21%다. 대기업은 대만의 17%에 비해 높다. 경쟁을 위해서는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최고세율을 제외하고 내렸지만 사회보험료 등 준조세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어 소비진작을 위해서는 내려야 한다.

―최근 국제기구의 권고를 들면서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OECD의 권고를 언급한 것은 소득세·법인세가 고용에 미치는 효과가 지대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다. 당장 소비세를 인상할 뜻은 없다.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 인상은 중장기 재정수요, 물가와 이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 등 국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세율 인상에 따른 역진성 확대 등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다. 소비세 인상보다 은닉 세원 포착, 비과세 감면제도의 축소·정비 등 과세기반 강화가 먼저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다. 고용유인형으로 고용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는데. 세제 지원 방안이 있는가.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인력절감형 기술진보로 인해 경제성장의 고용창출력이 낮아지고 있다. '성장-고용-분배'의 선순환 고리가 약화되고 있다. 특히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 등으로 청년층 고용사정이 어렵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경제성장과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해 고용창출력을 높여야 한다. 세제 지원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이다. 고용을 촉발하는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강화, 취업애로계층 세제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유인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서비스산업은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크고 우리 젊은이들의 취향과 맞다. 금융, 법률, 광고, 미디어, 의료, 관광, 고급 융합서비스, 문화예술 등의 이해관계에 얽힌 충돌을 해결하고 선진화시켜 나갈 것이다.

―취약계층과 연계된 '일하는 복지'도 소득불평등 해법 중 하나로 관심이 높은 정책인데.

▲저소득 취약계층이 근로를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일하는 복지(Workfare)'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복지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사회안전망도 여기에 맞춰 개선할 것이다. 근로 능력이 있는 기초생활 수급자는 정부 지원에 안주하기보다 일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설계하고 또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면 일시에 정부 지원이 중단돼 탈수급을 꺼리는 문제도 풀어야 한다. 2008년에 도입돼 정착단계인 근로장려세제(EITC)가 근로 유인을 높이는데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도 마련하겠다.

―'반값 등록금'이 여전히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재정적으로 대학등록금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이나 방안은 있나.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문제는 재정 지원보다 대학의 자구 노력이 중심이 돼야 한다. 어떤 경우이든 고등교육에 대한 보편적인 지원은 논리가 취약하고 국민의 공감대도 얻기 어렵다. (만약 정부 지원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교육분야뿐만 아니라 복지, 고용, 인력양성 등 다른 분야를 함께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 교육 분야 내에서도 초중등 부문과 재원 배분 문제를 감안해야 한다.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라는 시각이 많은데.

▲일부에서 재정부가 가계부채 문제에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것 같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걱정이 많다. 가계부채가 누증될 경우 소비·투자 등을 위축시켜 경제 활력을 저해하고 급격한 경제여건 변화 시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저소득 서민층의 어려움이 가중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 가계의 상환능력, 금융기관의 손실흡수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지적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 수준이 높지만 고소득층이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가계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중도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연체율 등 가계대출 건전성과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도 아직은 괜찮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가계의 신용 접근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경제 불안요인을 완화하고 지속성장을 이뤄나가는 방향으로 가계부채의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겠다.

―물가가 다소 안정세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제 불안의 시작단계라는 시각도 있다. 하반기 물가관리 방안은.

▲물가는 최근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고 유가 상승세도 둔화되는 등 공급측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요측 압력이 증가하고 있어 당분간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대책은 거시적으로는 총수요 압력 등을 감안해 유연하게 운용하고 미시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심리 확산을 차단하는 한편, 경쟁촉진·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적 대책을 현장 밀착형으로 추진하겠다. 공공요금은 자원 배분의 왜곡을 줄이기 위해 현실화(인상)하겠지만 폭은 최소화하겠다.

/정리=mirror@fnnews.com김규성 박신영기자·사진=박범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