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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인데.. 천근만근 눈꺼풀,혹시 기면증?

김모씨(43)는 지난 2002년부터 쏟아지는 졸음으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갑자기 졸리면서 쓰러질 것 같은 증상도 느꼈다. 또 크게 웃거나 놀라면 몸의 힘이 빠지면서 쓰러졌다. 반면 밤에는 자다가 쉽게 깬 후 잠이 오지 않았다. 김씨는 병원을 찾아 수면검사를 한 결과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있었다. 낮에 잠의 패턴을 알아보는 다중수면잠복기검사를 한 결과 잠에 빠지는 평균 수면잠복기가 2분10초, 잠이 든 후 렘수면에 3회 진입했다.

대한수면학회 홍승봉 회장(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은 19일 "김씨처럼 밤에 수면을 취했음에도 낮에 졸음이 쏟아질 경우 단순 수면 부족이 아닌 기면증을 의심해야 한다"며 "김씨의 경우 꾸준히 치료한 결과 주간 졸음증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면증 왜 위험한가

기면증은 낮에 심하게 졸리고 때와 장소와 관계없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잠에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의료진은 국내 유병률이 0.5%이며 2만∼3만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면증은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더 어리거나 나이가 들어서도 발병한다. 특이한 것은 탈력발작을 동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탈력발작은 웃을 때 무릎의 힘이 빠져 갑자기 주저앉거나 쓰러지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탈력발작을 동반하는 환자는 의도적으로 웃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표정이 항상 굳어 있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갑작스러운 졸음으로 운전이나 기계를 조작하는 중에 사고 위험이 높고 학습이나 업무 중에 졸음이 밀려 오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기면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각성호르몬인 히포크레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밤·낮 수면검사로 진단

기면증 환자의 증상은 과도한 낮 졸음이다. 운전 등 잠들게 되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졸음이 심하게 오거나 갑자기 잠에 빠진다. 또 감정의 변화에 따라 갑자기 근육의 힘이 없어지는 탈력발작이 발생하고 가위눌림 같은 수면 마비 증상도 나타난다. 또 잠이 들 때나 깰 때 공포스러운 환각이 나타나는 입면환각 증세,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세 등이 발견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야간에 잠을 잘 자는지에 대한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후 주간 수면검사인 다중수면잠복기검사를 한다. 기면증 환자는 낮에 불을 끈 후 잠 드는 시간이 8분 이하이며 수면상태에 돌입하는 렘수면이 2회 이상 나온다. 또 뇌척수액에서 히포크레틴 농도를 측정하면 110pg/㎖ 이하로 나오게 된다.

■어떻게 치료하나

기면병의 완치법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치료로 거의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증상을 조절하거나 호전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치료로는 행동치료, 환경조절요법, 약물치료 등이 있다.

행동 치료는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도록 기상과 취침시각을 일정하게 만들고 심한 주간졸음증이 있을 때 15∼20분의 짧은 낮잠을 두 번 정도 자게 한다.

환경조절요법으로는 주변사람에게 기면증에 대해 알려주고 환자가 소외되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 직업은 잠을 쉽게 잘 수 있는 사무직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을 추천한다.


약물치료는 낮에 심한 졸음에 빠지지 않고 각성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각성제를 사용한다. 또 탈력발작에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항우울제가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대한수면학회 윤창호 부편집위원장(인하대병원 신경과)은 "기면증 환자의 경우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주간졸음을 조절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부작용이 적은 비교감 신경작용약인 프로비질이 나오면서 편하게 조절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정명진 의학전문기자

■렘수면=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 있는 상태의 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