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지난 18일부터 잠정중단했던 신규 가계대출을 다음달부터 재개키로 하면서 금리를 일제히 인상한 데 이어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가계대출 금리도 인상에 나설 조짐이다. 그러나 만기 연장분은 신규대출 실적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당국의 대출가이드라인과는 상관이 없다. 당국 눈치 보지 않고 대출 연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당국의 규제를 핑계로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대출제한을 위해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대출축소를 핑계로 대출금리를 일제히 인상했다. 실제로 그동안 대출을 억제했던 농협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은 다음달부터 신규대출에 나선다. 이 중 우리은행은 이번주부터 일부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금리를 0.50%포인트 올렸다. 특히 일부 은행들은 기존 가계대출의 만기를 연장할 때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인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
만기연장의 경우 대출기간 신용실적(신용카드 미결제, 소득변동 등)을 바탕으로 연장시점에서 새로운 금리를 적용한다. 하지만 이미 기존 대출실적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신규대출 실적에는 잡히지 않는다. 은행입장에서는 신규대출을 억제하라는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만기연장분 대출금리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다. 우선 지점장 전결금리나 각종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가산금리도 조정하고 있다. 실질적인 금리는 오르지만 공식적으로는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비판여론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 지점당 기본적인 대출수요만 나가더라도 감독원의 가이드 라인을 훌쩍 뛰어 넘는것이 현실"이라며"신규대출을 억제한 상황에서도 지점마다 목표 이익을 내려면 기존대출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그동안 우대해주던 금리를 폐지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소득자료 미제출(0.1%), 주택금융공사 출연금 대상대출(0.3%), 설정비 면제의 경우(0.2%) 외에도 신용대출 시 휴대폰이나 카드결제 연체, 직장평가, 급여수준 등 대출기간 신용평가를 바탕으로 가산금리를 붙일 수 있다. 평균 1.2∼1.5%포인트 정도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그동안 적용했던 우대금리를 폐지하면 대출수요자들의 부담은 더 커진다. 통상 은행들은 급여이체(0.1%), 아파트 관리비 이체(0.1%), 적금자동 이체(0.1%), 전화-통신비 결제(0.1%), 신용카드 발급 시(0.1%) 등의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거래실적 우수고객에게는 심사를 통해 0.3∼0.5%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우대금리만 폐지해도 최고 1%포인트 인상효과가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비판여론 때문에 아직 눈치를 보고 있지만 추석이 지나는 시점부터는 기존대출건에 대한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출자들은 어차피 만기연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기존에 혜택을 주었던 각종우대금리를 없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창구 실무자도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평가를 새롭게 하기 때문에 금리변동은 어쩔 수 없다"면서 "주택담보대출은 이자만 문제 없이 납부할 경우 10년 동안 자동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우대금리는 2년이나 3년등 개별로 적용기간이 달라 만기연장 시 금리인상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