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

바이러스 만성감염 핵심원인 규명

바이러스 만성감염의 핵심적인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이에 따라 만성감염 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백신 개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서울대 안광석 교수 연구팀이 거대세포바이러스(CMV)에 만성 감염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바이러스에서 생성되는 마이크로RNA US4가 환자들의 킬러T임파구(암세포나 병원체에 감염된 세포를 탐지·인식해 이들 세포를 살상하는 면역성분)의 작용을 억제해 바이러스가 계속 몸속에 숨어 생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견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반대로 마이크로RNA US4가 결손된 바이러스는 킬러T임파구에 의해 효과적으로 제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거대세포바이러스는 한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인의 70%가 만성 감염된 헤르페스 바이러스계 바이러스로 만성감염증을 유발해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안 교수팀은 마이크로RNA US4가 세포내 효소(세포의 소포체에 존재하는 아미노펩티다아제 효소의 일종)의 생성을 방해해 바이러스 단백질의 항원이 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것을 방해하고 킬러T임파구의 면역감시 작용을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분자적 수준에서 입증했다.

이는 ERAP1 효소가 인간 면역작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처음 증명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안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의 마이크로RNA가 킬러T임파구 면역 스텔스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는 기존의 항바이러스 백신 설계와 개발 접근방법에 대한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이론적인 토대로 향후 바이러스 마이크로RNA을 타깃으로 한 만성감염 치료법 연구와 개발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이뮤놀로지' 9월 4일자 온라인에 소개됐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마이크로RNA(microRNA 혹은 miRNA)는 21∼23개의 염기로 구성된 아주 작은 전사체(RNA)로 다른 유전자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상보적인 메신저RNA(mRNA)와 결합해 단백질 생성을 방해한다.

■면역 스텔스는 인간 면역 시스템의 병원균 탐지 기능에 대항하는 병원체의 은폐 기술로 면역 회피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