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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글 서체도 저작권 보호대상”

한글 서체(글자체)도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침해하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강영수 부장판사)는 컴퓨터 서체 디자이너 박모씨가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의 서체를 이용해 상품을 제작·판매했다"며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 김모씨와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박씨는 1997년 '패스트(FAST)'란 명칭의 서체를 창작한 뒤 옛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에 따라 서체 프로그램을 등록, 서체 판매대행업체인 F사와 H사에 서체를 판매해왔다.

온라인 귀금속 쇼핑몰 운영자인 김씨 등은 2005년 8월께 F사 사이트에서 박씨의 서체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받아 자신의 컴퓨터 폴더에 저장한 뒤 지난해 3월까지 쇼핑몰에서 이 서체를 이용, 상품을 제작하고 광고문구를 작성해 쇼핑몰 사이트에 게재했다.

이에 박씨는 "서체를 허락 없이 이용해 상품을 제작해 판매한 것은 저작재산권 침해로 1억2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서체 파일'은 독특한 형태의 서체 도안을 작성한 뒤 이를 스캐너로 읽어들임으로써 컴퓨터 작업이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한 다음 모니터상에서 마우스를 이용, 윤곽선을 연결하는 좌표를 설정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프로그램 저작물로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체파일이 F사에 저작권이 귀속된 것으로 기재돼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업로드된 데에는 파일 관리를 소홀이 한 원고 책임도 인정되는 만큼 피고 책임을 70%로 제한한다"며 "김씨 등은 박씨에게 161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서체를 이용해 만든 상품은 새로운 저작물에 해당돼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저작자의 허락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해 새 저작물을 작성하는 행위 또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서체 도안' 자체는 민족 문화유산인 한글 자모의 모양을 기본으로 삼아 독립적인 감상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