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나 세금탈루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린 차명재산 규모가 무려 4조734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26일 서울 수송동 국세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차명재산 관리현황'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차명으로 확인된 예·적금의 연령별 계좌 수는 20세 이하가 40대 이상보다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차명계좌의 경우 과세하기가 쉽지 않다"며 과세방법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국세청이 개별 세무조사와 세무자료 조회 등을 통해 적발한 뒤 '차명재산 관리프로그램'에서 감시 중인 4조7344억원의 차명재산은 모두 3만1502건으로 이 중 주식·채권 등 차명 유가증권이 3조9127억원(2만4984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차명 예·적금(6584억원), 부동산(1633억원)순이었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하경제도 '뜨거운 감자'로 등장,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 대비 29.4%로 10% 내외인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면서 "지하경제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탈세율 등 객관적인 지표 등을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한구 의원은 "우리나라의 과세인프라는 사업자로부터 실물거래 증빙을 제출받아 서로 비교·검증하는 시스템인 데다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비중(31.3%)이 높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해 숨은 세원을 양성화하고 지하경제를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GDP 대비 20∼30% 수준으로 최근 금융·재정 위기를 겪는 스페인(20.5%), 이탈리아(23.2%), 그리스(26.3%), 포르투갈(28.2%) 등과 비슷하다"며 "이를 10%만 낮춰도 세수 20조원을 더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이에 대해 "국세청이 과세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종 금융기법을 활용한 탈세, 현금거래·차명계좌를 통한 탈루 등이 확산되면서 제도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변했다.
/ktitk@fnnews.com김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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