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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유모차냐? 3만원 유모차냐?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요즘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엄마들이라면 아기 용품을 살 때 미리 어떤 제품이 좋은지 다른 엄마들은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 육아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미리 사전조사를 해볼 것이다. 나도 출산 전 아기용품에 대해 전혀 무지했었고, 브랜드 이름과 특성을 줄줄 꿰고 있는 엄마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생후 23개월 아기의 엄마인 나. 학교 때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뭐라도 됐을지 싶을 정도로 육아용품에 대해서는 나름 자신있다고 자부한다. 출산 전 아기 목욕용품을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갔다. 성인브랜드 못지않게, 아니 더 다양한 제품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스와 샴푸가 하나로 되어있는 제품, 유기농 제품, NO MORE TEARS 제품, 포밍바스 등등. 눈이 휘둥그레. 이렇게 작은 용품 하나 사는데도 엄마들의 평과 상품평을 살펴보느라 며칠이 걸렸던 기억이 난다. 어찌나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던지….

욕조 종류도 어마어마했다. 보관이 간편한 접이식 욕조부터, 신생아의 등을 편히 받혀 주는 제품, 세면대에 놓고 목욕시키는 제품, 아기의 몸을 푹 감싸주는 높이가 높은 제품, 튜브 형태로 돼 있어 푹신한 제품. 참 기발한 제품들이 많고 이 제품을 보면 이것을 꼭 사야할 것 같고, 또 다른 제품을 보면 이것도 사야할 것 같고….

아마 사고 싶은 것을 다 샀으면 아마 우리 집 욕실은 아기 욕조로 꽉 찼을 것이다. 꾹 참고 물려받은 평범한 아기욕조를 쓰다가 정착한 것은 마트에서 사은품으로 준 대야다.

지금 쓰고 있는 욕조는 마트에서 준 사은품 대야. ⓒ정옥예

아기 세제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유모차까지 육아용품의 세계는 한도 끝도 없다. 제일 고가인 유모차를 사기 위해서 나는 출산 전부터 몇 달을 고민하고 조사했는지…. 유모차를 고를 때는 아기를 위한 것이기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디자인, 브랜드 인지도 등등 다른 것을 살 때 보다 더 꼼꼼히 따졌다. 그렇게 100만 원 가까이 주고 산 유모차.

아파트에서 다세대로 이사 한 후 도저히 끌고 다닐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둘째까지 임신 한터라 결국 3만 원짜리 휴대용 유모차를 구입했고, 그 어떤 육아용품보다 만족하며 끌고 다닌다. 임신 중이라 첫째 아이를 안고 다닐 수 없고, 대중교통을 탈 때 쉽게 접히고 가벼운 유모차.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유모차를 끌고 백화점에 처음 갈 때는 나도 모르게 다른 엄마들의 유모차와 비교해서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편한게 제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저렴한 유모차는 그 어떤 유모차보다 가볍고 접는데 5초도 안 걸린다. 요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여러 가지 육아용품을 구입하고 만족한 제품도 있지만 가격과 명성만큼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제품도 많이 있었다. 엄마들이 다 좋다고 한 제품이 우리 아기 피부에 맞지 않을 때도 있었고, 아기들이 그렇게 좋아한다고 평이 자자했던 장난감을 우리 아기는 쳐다도 안볼 때도 있었다. 10만 원이 넘는 비싼 장난감보다 1만 원짜리 장난감을 더 오래, 재미있게 갖고 놀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장난감을 사기 전 키즈카페나 박람회 또는 다른 친구들 집에 가서 아이가 흥미를 보이는지 최소한의 테스트를 해보고 구입한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고가의 장난감인 경우 키즈카페에 웬만큼 구비돼 있고 인기가 많은 제품이다 보니 갖고 있는 엄마들이 많다. 아기를 키우다 보니 아기가 그 장난감을 한번 갖고 노는 것을 보면 계속 갖고 놀지, 아니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 감이 온다.

친구 집이나 키즈카페에서 아이가 꾸준히 좋아하던 주방놀이. ⓒ정옥예

처음에는 무턱대고 사줘서 실패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느 도 검증을 거친 후 구입하니 실수가 적다. 최대한 주변에서 연령이 지나 쓰지 않는 육아용품을 물려받거나 꼭 사야 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한 번씩 비슷한 것이라도 체험해보고 사면 실수가 적다.

그리고 아이가 커서 쓰지 않는 제품은 중고시장에 되팔거나, 필요한 장난감은 중고로 구입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조금만 힘을 들이면 저렴한 가격에 꼭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내가 더 노력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에게 온다.

미리 아기가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을 다 사두기보다는 아기를 키우면서 노하우가 생기면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다. 주위를 보면 아기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유명하다는 육아용품과 장난감은 모두 사놓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물가도 비싸고 한푼이라도 절약해야할 이 시대에 육아용품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jsl81@naver.com 베이비뉴스 칼럼니스트 정옥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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