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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뒤늦은 조치로 사망했다면 의료과실”

의료진이 증상에 따른 조치를 뒤늦게 취하는 바람에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의료과실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성모씨 등 4명이 학교법인 인제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 성질에 비춰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고칼륨혈증과 폐부종은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응급질환으로, 즉시 치료돼야 하는데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게 이뇨제를 투여하지 않았거나 뒤늦게 투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아 과실이 망인의 사망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원심은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진료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망인이 폐부종으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시했다.

성씨의 부인 김모씨는 지난 2006년 5월 24일 점심식사 후 복통과 구토증세로 서울 상계동 상계백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진단 결과 김씨는 오후 5시께 결장암과 장폐색 소견을 보였고 이날 밤 11시께는 폐부종 소견을 보이면서 호흡이 가빠지는 등 건강이 급속히 악화됐다.


의료진은 다음날 새벽 1시께 응급혈액검사 결과 혈중 칼륨농도가 높아져 고칼륨혈증을 보이자 김씨에게 인슐린과 포도당을 투입했으나 새벽 1시30분께 호흡이 정지되고 심폐소생술을 받다가 새벽 4시께 사망진단을 받았다. 성씨 가족은 "의료진이 고칼륨혈증에 대해 수액투여가 부족했고 제때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의료진의 시술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병원측 손을 들어줬다.

/ksh@fnnews.com김성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