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한일합방에 협조, 일왕에게 은사금(왕이나 상전이 내려준 돈)을 받은 친일파 고영희와 남정철의 후손이 친일재산 환수를 취소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고영희와 남정철은 지난 2006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확정, 발표한 106명에 포함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장상균 부장판사)는 고영희의 고손자(高孫子) 고모씨가 충남 예산군 일대 토지 3만993㎡에 대한 국가귀속결정을 취소하라며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고영희는 한일합병의 공으로 자작 작위를 받았고 그의 아들과 손자, 증손자는 이같은 권리를 각 계승했기 때문에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인정된다”며 “당시 작위를 받거나 세습한 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인은 당연히 그 권리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이내 적극적으로 상속 신고를 해 천황의 재가를 거쳐야 한 점에 비춰 고영희의 손자와 증손자 역시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이들이 각각 1937년과 1943년 매수한 부동산은 친일재산”이라고 판단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친일재산귀속법)은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1904년) 개전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친일행위 대가로 취득하거나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유증ㆍ증여를 받은 재산도 친일재산으로 간주, 국가에 귀속토록 하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고영희의 손자(원고의 조부)가 일제강점기 당시 매입한 토지 3만993㎡가 친일재산으로 인정된다며 국가귀속처분을 했다. 고영희는 한일합방 전 이완용 내각에서 법무대신 등을 역임한 후 한일 병합 조약 체결에 협조한 공로로 자작의 작위와 함께 10만엔(현재 한화 약 20억원)의 은사금을 받았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다.
조부로부터 토지를 상속받아 소유하던 김씨는 “자신의 행위가 아닌 선조의 반민족행위를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아울러 같은 재판부는 한일합방에 기여한 공로로 1910년 10월 일제로부터 남작의 작위와 함께 은사금 2만5000엔(현재 한화 약 5억원)을 받은 남정철의 후손이 낸 친일재산 국가귀속결정 취소소송에서도 경기 가평군 일대 토지 6369㎡의 국가귀속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한편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친일행위자 8명의 후손 64명이 낸 헌법소원에서 “친일재산귀속법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한 3ㆍ1운동의 헌법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입법목적이 정당하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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