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간과 같은 포유동물의 복잡한 뇌 신경망을 지도화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뇌 신경 네트워크 연구의 난제를 해결한 이번 성과는 자폐증 등 신경계 질환의 원인과 치료방법 연구에 기여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기능커넥토믹스 세계수준연구센터(WCI) 김진현 박사팀이 미국 연구진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뇌 속 신경세포들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 감정, 학습, 기억, 행동, 판단 등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성은 뇌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기존 두 신경세포간 전기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으로는 수천 개에서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가 복잡하게 얽힌 뇌 신경망을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 번에 여러 개의 세포를 동시에 관찰하는 영상기술도 동원됐지만 물리적 해상도가 떨어지고 시간과 노력이 지나치게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난 200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시드니 브래너 박사는 300여개의 신경세포 지닌 선충의 신경망을 전자현미경으로 지도화하는 데 20년을 투자할 정도였다.
김 박사팀은 20㎚(1㎚는 10억분의 1m) 간격의 시냅스를 광학 현미경으로 비교적 쉽게 찾아낼 수 있는 mGRASP 기술을 개발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mGRASP 기술은 최근 생명공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녹색형광물질(GFP)을 두 분자로 쪼개 나뉜 분자(split-GFP)를 이용한다. 일단 쪼갠 분자들은 형광성을 띠지 않는데 두 분자가 공간적으로 가까워지면 다시 형광성을 띠게 된다.
김 박사팀은 'split-GFP' 분자 두 개를 포유동물에서 신호를 주고 받는 각각의 신경세포에 선택적으로 붙여 20㎚의 시냅스(신경세포 접합부)에서만 다시 녹색형광을 띠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시냅스를 찾아내 종전 기술로 거의 불가능했던 복잡한 뇌 신경네트워크 연구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자폐증과 같이 신경망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질환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4일 네이처 메서드(Nature Methods)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네이처 편집위원회로부터 "앞으로 가장 많이 인용될 논문들 중 하나"라는 호평을 받았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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