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테크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서 배출되려면 마켓센싱(시장 감각)에 기반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장은 "한국의 아이러브스쿨 또는 싸이월드가 미국의 페이스북보다 먼저 시작했고 판도라TV가 유튜브보다 먼저 나왔지만 글로벌 비즈니스화하는 면에서 다소 뒤처지면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말 카이스트 경영대학 학장으로 부임한 이 학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공계 연구도 최근에는 마켓센싱이 기반한 연구로 시작해 끝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노베이션 프로세스의 앞단과 끝단은 비즈니스를 연결시킬 수밖에 없다. 이공계의 경우 특히 그럴 수밖에 없다"면서 "심지어 요즘에는 예술계도 그렇게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마켓센싱을 키우기 위해 이공계 출신들을 위한 비즈니스 스쿨이 잘 육성돼야 한다고 이 학장은 전했다.
■"삼성, 이공계 MBA 선호"
카이스트 경영대학은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이공계 출신 경영자 배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전 카이스트와 서울 홍릉동 경영대학 간의 매니지먼트 교육을 연결하는 온라인 통합시스템인 '아이포이니셔티브'를 내년 하반기 구축할 계획이다. 이 학장은 "대전 카이스트 이공계 엘리트들이 리더십 포지션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학장은 특히 이공계 출신들의 경영학석사(MBA) 교육 중요성에 대해 "미국의 경우 경영학 교육의 50%를 비전공학생들이 듣고 있고 실제 기업에 도움을 많이 준다는 통계가 나왔다"면서 "삼성그룹만해도 이공계 연구자 출신으로 MBA까지 한 경영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테크노를 모르고 경영자가 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경영을 모르고 기술중심 기업 CEO가 되는 것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가 지난달 8일 서울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2011 세계 연구중심대학 총장회의'에서도 이공계와 MBA간 결합에 대한 인식이 두드러졌다. 이 학장은 "행사에 참석한 해외 대학 총장들은 대부분 비즈니스와 이공계가 함께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공계 리더들도 진로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 "끝까지 연구만 하는 인력이 10%밖에 되지 않는다. 기초과학만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홍콩과기대 투자 배워야"
이 학장은 MBA 교육의 개선점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그는 "MBA는 강의 잘해주는 게 다가 아니다. 풀타임 MBA는 80%가 직무 전환 학생이어서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1∼2년 사이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전환시키기 위해선 인턴십, 멘토링과 함께 커리큘럼 외의 것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경우 리더 양성을 서포팅하는 수백명의 스태프가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MBA에 대한 정부와 학교의 많은 투자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학장은 "홍콩과기대가 한국보다 MBA를 뒤 늦게 시작했지만 세계 순위에서 이미 한국을 앞지른 비결은 투자였다. 홍콩과기대의 경우 전 세계 20여개국 출신 교수들이 부임, 정년을 보장받은 이후 평생 홍콩에서 살겠다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많은 연봉을 주고 교수를 영입하기도 어렵고 교육 개방이 아직 되지 않아 외국인 교수 자녀들을 교육시킬 곳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사진=박범준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