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114년 전통에 빛나는 이탈리아 프로축구팀 유벤투스의 본거지는 어디일까요. 창립 112년 전통에 빛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 피아트의 본사는? 19세기 중반 통일이탈리아의 첫 수도는? 로마ㆍ밀라노에 이어 이탈리아 3위의 경제도시는? 그래도 모르겠다면 한 가지 힌트를 더 드리지요. 2006년 동계올림픽이 바로 여기서 열렸습니다.
정답은 토리노입니다. 이탈리아 북서쪽에 위치한 토리노에는 1404년에 설립된 토리노대학이 있습니다. 엘사 포르네로(Elsa Forneroㆍ63)는 이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전공은 연금입니다. 2000년대 초엔 세계은행을 위해 일하면서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연금개혁을 돕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연금 전문가입니다.
그런 그가 이탈리아 연금개혁의 총대를 멘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지난달 포르네로는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거국내각에서 복지부 장관을 맡았습니다. 지금 이탈리아의 모습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유로존 3위 경제국, 세계 주요 7개국(G7) 정회원의 위상과 동떨어진 초대형 빚쟁이 신세입니다.
모든 게 흥청망청 살아온 탓입니다. 파산하지 않으려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 개혁은 긴축의 큰 몫을 차지합니다. 포르네로는 여성 근로자가 연금을 받는 시기를 현행 60세에 66세(남자와 동일)로 점차 올리기로 했습니다. 또 남성 근로자가 연금을 타려면 지금처럼 40년이 아니라 42년 동안 연금을 부어야 합니다.
포르네로는 지난 4일 바로 이 내용을 설명하려다 그만 울컥, 눈물을 보였던 거지요.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게 미안했던 걸까요, 아니면 조국 이탈리아가 처한 현실이 슬펐던 걸까요. 그가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는 모습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고갱이를 봅니다. 서구문명의 뿌리가 된 로마제국의 후예라는 자존심도 빚 앞에선 아무 짝에도 소용이 없습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이렇습니다. “문제는 빚이야, 이 바보야!”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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