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서비스 안 되는 신용카드가 나온다. 최근 카드론 전화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자 금융감독원은 카드 신규 발급 신청을 받을 경우 의무적으로 카드론 서비스 사용 여부를 고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자동응답전화(ARS)나 인터넷으로 카드론을 이용할 때 상담 직원을 거치게 하는 등 대출 절차도 강화했다.
9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카드 신청을 받을 때 카드론 서비스 여부 선택을 의무화하도록 20개 카드사에 통보했다.
신용카드 회원은 그동안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뿐 아니라 카드론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신규 회원이 카드론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으면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다. 카드론 서비스 차단을 선택하면 카드 한도와 별도로 받을 수 있는 카드론 신청은 거부된다. 물론 나중에 카드론 서비스가 필요할 경우 별도 신청절차를 거치면 이용할 수도 있다. 영업점 방문 또는 모집인을 통해 대면 신청하거나 신분증 사본을 제시하면 된다.
이 외에도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기존 회원에게 카드론 서비스를 차단할지 물어보도록 했다. 금감원은 또 지난 7일 카드사에 공문을 보내 "8일부터 ARS와 인터넷을 통해 카드론 신청을 받을 경우 상담 직원이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최근 결제 날짜나 결제 장소 등 본인과 카드사만 알 수 있는 정보를 물어봐서 본인 인증을 거친 뒤 대출하라"고 지도했다. 따라서 사실상 상담 직원이 퇴근한 저녁이나 새벽 시간대엔 ARS나 인터넷을 통한 카드론 서비스가 불가능해진다.
카드사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대출 절차를 바꾸라는 지시에 홈페이지 등에 사전 고지할 틈이 없었다"며 "야간에 카드론을 이용한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갑작스럽게 대출 절차 변경을 통보한 것에 대해 "각종 본인 확인 절차가 있는데도 보이스피싱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 사람의 피해자라도 더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금감원이 카드론 원천 차단 등 초강수를 둔 것은 휴대폰 인증 등 각종 조치에도 카드론 보이스피싱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카드론 피해예방 조치로 4시간 지연 입금, 카드사가 고객에게 확인 전화하는 아웃바운드 콜, 휴대폰 인증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지도했다.
대부분 카드사들은 휴대폰 인증 방식을 채택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범인들이 휴대폰 인증 번호까지 알아내는 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걸어 카드론을 받게 유도하고 돈을 가로채는 범행은 건당 평균 피해액수가 1000만원에 달해 더 심각하다. 금감원이 집계한 피해 규모는 올해 1분기 9건(1억원), 2분기 39건(4억2000만원)에 그쳤는데 3분기엔 470건(45억6000만원)으로 늘더니 10월부터는 한달 반 만에 917건(91억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spring@fnnews.com이보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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