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경희 노동당 부장 부부의 지위가 급상승하는 양상이다.
장 부위원장은 24일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김 위원장의 빈소에 참배하면서 대장 군복을 입은 모습을 북한 조선중앙TV를 통해 처음으로 드러냈다.
이는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체제에서 막중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김정은 체제를 사실상 섭정할 '최고실력자'임을 예단케 한다.
현재로서는 언제 어떤 절차를 거쳐 대장칭호를 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가 김정은 체제의 중심축으로 한동안 군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북한에서 김 부위원장을 뒷받침할 것임을 보여준다.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김 위원장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해온 실권자로 꼽힌다.
그는 뇌졸중에서 어느 정도 회복된 김 위원장에게 김정은 후계자 낙점을 건의한 핵심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김 부위원장이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처음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회의에서 국방위원에 선출된 데 이어 1년여 만인 작년 6월 국방위부위원장으로 선임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며 후계체제를 견인해왔다.
국방위원장과 국방위 제1부위원장 모두 공석인 현 시점에서 북한 최고의 권력기구인 국방위의 수장인 셈이다.
장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급사 직후 군 대장으로 등장한 것은 국정운영의 공백을 메우고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사회 전반을 안정시키기 위한 고위층 간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후계자가 된 지 3년에 불과한 김 부위원장은 물론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영향력 확대에 열을 올려온 군부 역시 체제 안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 김 위원장 치료와 함께 국정 전반을 장악해 안정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나름 권력층의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 권력의 중심에 장 부위원장의 측근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사실도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만한 점이다.
김 부위원장과 함께 김 위원장의 시신에 참배한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이상 고위간부 26명 중 대부분이 장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그에 의해 권력 핵심부에 등용됐다.
장 부위원장의 부인이자 김 부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당 부장의 역할도 주목된다.
김 부장은 김 부위원장을 수행하는 고위간부 조문단에서 서열이 급상승했다.
그는 지난 19일 발표된 조문위원 명단 순위에서 김 부위원장을 포함해 15번째였으나 이후 20일과 23일 김 위원장 시신 참배 수행자 순위에서는 5위로 도약했다.
그는 또 군 경력이 없음에도 작년 9월 김 부위원장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당 대표자회 전날 김 부위원장과 함께 대장칭호를 받았고 당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김 부장의 이런 급부상은 장 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더해준다.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와병 때부터 김 부장을 전면에 내세워 권력 확장을 노리던 군부 등 실세들을 견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 김 부위원장의 자리를 탐하는 인물로 비치지 않으려고 자신은 뒤로 숨고 김 부장을 전면에 내세워 '방패막이' '안전판'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당 대표자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도 아닌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문 것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대북소식통들은 전한다.
그럼에도 군부에서 장 부위원장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군 수뇌부가 장 부위원장과 절친한 사이지만 후계구축 과정에서는 각기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등 군부의 견제가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당분간 김정은 체제는 장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군부와 협력하는 군부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