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차상근특파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중국의 북한 관련 행보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북한 체제 안정화부터 조문외교, 나아가 주변 지역 안보문제까지 전방위에서 이전에 보기 힘든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올 들어 미국과 주변국에 대해 적잖은 고립감을 느끼고 있던 참에 새로운 돌파구로 북한사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광폭행보는 지난 19일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후부터 나타났다. 가장 앞서 보낸 조문에서 '포스트 김정일 체제'로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체제를 지지하며 지역안정 문제를 선점했다.
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9명의 상무위원 전원이 지난 20일부터 서둘러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시하고 '김정은 영도'를 강조했다.
양제츠 외교장관이 한국·미국·일본·러시아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을 자극하지 말고 '한반도 안정'에 공조를 맞출 것을 요청하는 등 중국의 주요 외교라인은 북한 감싸기에 총 출동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의 발빠른 행보에 주요 서방국들도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한 기존 부정적 시각과 달리 김정은 체제 인정 행렬에 얼떨결에 동참했다.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전환을 원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김정은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공식 지칭했고 러시아와 일본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은 나아가 지난 22일 한국의 임성남 6자회담 수석대표를 베이징으로 불러 향후 북핵문제와 대응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5~26일에는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최고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 중인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만나 한반도 안정 유지와 향후 대응 등에 대한 공감대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중 전략대화에서도 북한 체제변화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당차원의 비공식 조문단을 북한에 보내 북한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체제 안정을 위한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조문단으로 북한에 갈 중국의 특사는 일단 국제사회가 인정해버린 김정은 체제의 조기안정 가능성을 확인하고 경제원조 등과 외교적 지원방안 등의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2월 이후 김 위원장과 북측의 계속된 요청에도 김정은 세습을 공식 인정하지 않았는데 이처럼 적극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체제가 혼란속으로 빠져든다면 내년 새로 출범하는 5세대 지도부에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동북아 지역 전문가들은 북한 급변사태시 생길 수 있는 난민은 대부분 북중 국경지역으로 몰릴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가뜩이나 쉽지 않은 중국의 정치·사회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아울러 3대 외교정책의 교착국면 타개 포석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일·EU·러·인도 등 주변 5대국과의 대국외교가 지지부진한 데다 오히려 남중국해 문제나 통상마찰, 주요 2개국(G2)으로의 부상 등으로 오히려 고립만 심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 파키스탄, 미얀마 등 주요 맹방들도 최근 들어 미국에 접근하고 있는 데다 자원외교도 그다지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존재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고 6자회담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충분한 매개로 북한사태를 활용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주와 사전공감 없는 일방적 후견 역할 자처에 국제사회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의 광폭행보가 오히려 중국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csk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