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허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관련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사우디 자본시장 감독 당국(SCMA)이 올해부터 자국 주식시장에서 해외 투자가가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증시를 개방할 계획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SCMA는 지난 2008년 일부 해외 투자가를 대상으로 스와프를 통해 주식시장에 간접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직접 투자까지 문을 열지는 않았다.
사우디 증시의 규모는 약 3400억달러(약 392조원)에 이른다.
사우디 증시에서 FDI를 허용하겠단 논의는 지난 2006년 자국 증시가 하루만에 폭락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일부 부유한 투자가들에 의한 내부거래 및 시장조작으로 하루새 약 5000억달러(약 573조15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이 빠져나갔다.
일부 전문가는 자국 증시안정을 위해서라도 이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신흥시장 부문 선임 펀드매니저인 샘 벡트는 "최근 몇년간 사우디 증시에서 나타난 약세장과 강세장의 차이가 컸다"며 "해외 투자가의 직접 투자에 힘입어 사우디 증시가 안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SCMA는 빠른 시일 내 증시개방을 허용키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중동 증시 책임자인 와피그 느슬리는 "많은 투자가가 현지 증시에서 한시라도 빨리 직접 투자를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며 "현재 SCMA와 현지 및 세계증시 관련 업체가 이 계획에 대한 최선의 실행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향후 이 계획이 실현될 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계획이 당국의 강력한 지지로 실행된다 해도 실제로 실현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이들의 입장이다. 비효율적인 관료제와 더불어 그동안 부동산담보(모기지)대출 등 정부가 주도했던 계획이 지지부진해진 전례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자드와 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 부문 책임자인 폴 갬블은 "(이 계획과 관련해) 변화가 있다"며 "(그러나) 이 계획이 실제로 실행될 시점에 대해선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