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내부 직원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의 직급 체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조직개편을 준비 중인 금감원은 올 상반기 중 조직개편과 직급 확대 여부 결정, 인사이동 등을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입사 시 5급에서 시작해 최고 1급까지 올라가는, 다섯 단계로 돼 있는 현 직급 체계를 여섯 단계로 한 단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입사 후 7~8년 만에 한 번 승진하는 까닭에 현재 4급 직원은 40대가 상당수이고, 여기서 또 7~8년이 지나야 3급이 된다"면서 "민간에 비해 승진 과정이 적어 사기가 저하되고 조직적인 인센티브도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상실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총 1586명의 임직원 중 4급 이하 직원은 900명 정도로 전체의 절반을 훨씬 넘는다.
일반적인 경우 입사 15년에서 20년쯤 돼야 겨우 3급이 되는데 민간 기업들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을 거쳐 임원이 되는 것에 비하면 사실상 금감원 직원들은 과장이나 차장급에서 퇴임하는 셈이다.
직책으로 보면 금감원은 조사역-선임조사역-수석조사역-팀장-부국장-실장-국장-부원장보-부원장-원장 순으로 구성돼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직급을 한 단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인사 적체도 해소하고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다. 직급 확대와 관련, 금감원의 한 직원은 "직급이 올라도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권한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괜히 승진을 위한 경쟁만 치열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금감원 조직개편은 여전히 난항 중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민관 합동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조직진단을 권유한 데 따라 금감원은 외부 컨설팅에 의뢰, 조직개편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입장과 정치권의 움직임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조직이어서 계획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통상 금감원의 정기인사는 매년 3월 하순에 이뤄져 왔다. 지난해에는 조직개편에 따라 5월에 인사가 마무리된 바 있다.
eyes@fnnews.com 황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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