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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 외화 사용 금지하자 간부들 카드 사용

 북한이 최근 외화 사용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북한 간부들이 외화 대신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은 19일 소식지를 통해 "평양은 외국인들에게만 외화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며 "평양의 간부들은 상점이나 외화 식당, 호텔 등을 이용할 때 외화 대신 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당장의 큰 불편은 없다"고 전했다.

 은행에 최소 1000달러 이상의 외화를 예금한 뒤 카드를 발급 받아 사용하는 식이다.

 소식지는 중앙당 한 간부의 말을 인용, "소비만 생각하면 당장 지장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간부들도 있으나 무역거래를 생각하면 사정이 달라진다"고 말하면서 "평양보다 지방의 어려움이 더 크고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터에 외화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면 중국과의 거래에 지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지방 간부들은 재정 확충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지는 신의주의 한 간부의 말을 인용해 "북한 원화가 이미 가치를 상실한 지금 외화 사용을 금지하면 중국으로부터 물자 구입이 어려워진다. 국가에서 식량이든 상품을 제대로 공급 못해주면, 돈(외화) 있는 사람도 굶어죽게 될 것"이라고 앞날을 걱정했다.

 외화 사용 금지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지자 북한 일각에서는 중국과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그동안 모든 것을 중국에 의존하다시피 해왔는데 중국 돈 사용을 시장에서 금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분위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 주재하는 무역일꾼들은 이번 외화 사용 제한 정책이 화폐 개혁 때처럼 얼마 못 가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식지는 아울러 전국 보안당국에서는 시장이나 상점들에서 인민폐와 달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붙잡아 돈을 몰수하고, 그 출처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북한의 실상을 전했다.
단속이 심해지자 이제는 누가 외화 시세를 물어보는 것조차 불순분자로 지목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곧바로 신고를 하거나, 혹시 사복 입은 보위부 일꾼이 떠보는 게 아닌가 싶어 잔뜩 경계하는 통에 주민들에게 외화가격을 알아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외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일 장군님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달러와 인민폐 대신 바꿈돈을 유통시키려고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소식지는 밝혔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