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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정보기관 "히틀러 탈출설 사실 아냐"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지난 1945년 사망했으며 그가 라틴 아메리카로 도주했다는 가설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중앙 고문서보관소 소장인 바실리 흐리스토포로프는 현지 언론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히틀러 탈출설을 다룬) 책 '회색 늑대: 아돌프 히틀러의 탈출'은 값싼 선정주의 시도일 뿐이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FSB는 옛 소련 KGB(국가보안위원회) 후신이다.

이는 앞서 영국 역사학자이자 언론가 제라드 윌리엄스가 지난해 출간한 '아돌프 히틀러의 탈출'에서 제기된 히틀러 탈출설을 반박한 것이다. 윌리엄스는 저서에서 히틀러가 지난 1945년 소련군의 베를린 점령을 앞두고 지하벙커에서 권총 자살한 것이 아니라 연인 에바 브라운과 아르헨티나로 비밀리에 도망쳐 73세까지 살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나치가 개발한 전쟁기술을 넘겨주는 대가로 히틀러 탈출을 도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윌리엄스는 "히틀러와 에바의 죽음에 대한 법의학적 증거가 없다"며 "(반면) 아르헨티나에서 그를 봤다는 많은 목격자의 이야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윌리엄스는 지하벙커에서 발견된 히틀러와 에바의 유해는 가짜 대역들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흐리스토포로프는 "1954년부터 지금까지 히틀러 사망에 관한 문서 및 증거는 KGB 중앙고문서보관소(현 FSB 중앙고문서보관소)에 보관돼 특별 관리되고 있다"며 "이 중엔 히틀러 측근들을 상대로 한 심문 결과 보고서, 히틀러 시신 발견 장소 사진, 법의학 감정서, 히틀러의 턱뼈 조각, 그의 개인 소지품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이들 자료는 히틀러가 1945년 사망했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흐리스토포로프는 지난 1996년 이들 자료가 공개돼 히틀러의 죽음을 다룬 다큐멘터리 및 영화를 제작하는 국내외 TV 방송사에도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02년에는 독일 법의학 전문가인 베네케가 히틀러의 유해를 검사해 러시아 정보기관이 보관 중인 히틀러의 턱뼈가 진짜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동안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싸고 무성한 가설이 제기돼 왔다. 공식적으로 히틀러는 2차 대전 막바지인 1945년 4월 30일 베를린의 총리 관저에 있던 비밀 지하벙커에서 56세 나이로 권총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바로 전날 히틀러와 공식 결혼한 오랜 연인 에바도 청산가리를 먹고 함께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nol317@fnnews.com 김유진 기자